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7, 14, 21, 28일 /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학가에 방학이 시작됐다. 청중의 절반 이상을 대학생으로 채우고 있는 대구의 현실에서는 방학기간은 마치 공연계가 방학에 들어가는 듯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3월부터 6월 말까지 각 음악대학의 게시판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공연홍보물을 붙일 자리가 없어 이중 삼중으로 포개어 게시하곤 했다. 물론 음악의 본고장 독일의 국공립 공연단체도 거의 대부분 7월 중순부터 약 4주 동안 공식적인 휴가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조용해지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대학가의 일정에 공연계가 좌지우지되지 않을 만큼 일반인 청중의 층과 폭이 넓고 다양한 점이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대구 예술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적이며, 대중적이기보다는 고급 문화를 즐기는 클래식 인구가 늘어나고 문화활동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증대되어야 한다.

지난 6월 17일부터 진행되어 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도 100년 전통의 하얼빈 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중국의 뮤지컬 '버터플라이즈'를 마지막 작품으로 오는 6일로 막을 내리게 되면 여름 동안은 수성아트피아의 마티네 콘서트나 베스퍼틴콘서트 그리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브런치오페라 등 몇몇 공립 공연기관이 기획프로그램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 음악회가 여름 대구의 공연장을 지킬 전망이다.

이번 '음악회 찍어듣기'에서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공연문화의 정착을 위해 시도되어 지난 4월 7일 이후 매주 월요일 11시에 진행되어 온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브런치오페라'를 소개한다. '브런치(brunch:breakfast+lunch)'는 늦은 아침 식사, 조반 겸 점심, 학생들이 주로 쓰는 '아점'이란 뜻의 합성어이다. 오는 7월 7일과 14일, 21일 그리고 28일에는 당대 최고의 흥행 오페라 작곡가 중의 하나였던 오페라 작곡가 도니제티의 작품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를 공연한다.

이 작품은 한 귀족 가문의 딸이 부모의 뜻에 따라 좋아하는 남자를 단념하고 불행한 결혼을 하면서 비롯된 이야기로 영국의 소설가 왈터 스콧(Walter Scott)경이 쓴 소설 '람메르무어의 신부'를 도니제티가 등장인물과 지명을 다소 수정하여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란 제목으로 완성시킨 오페라이다. 가장 유명한 아리아가 루치아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이며, 이 오페라를 대표할 만한 키워드는 '광란' 그리고 '죽음'이다. 기정민이 연출을, 백진현이 지휘를 맡고 있으며 홍예지, 주선영이 루치아 역을, 강성구, 강훈이 에드가르도 역을 번갈아 맡는다. 또 박정민 송기창 최준영 구자현 김민정 등이 캐스팅되어 있다.

오페라의 이야기는 음악을 통해 극적 내용이 전개되어야 하는 제약 때문에 의외로 단순하다. 그러나 오페라에는 삶이 있고, 철학적 주제가 분명해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여유롭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웰빙(Beautiful Life)이 존재한다. 게다가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브런치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매력도 있으니 참으로 멋진 추억을 하나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철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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