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르마의 처세학] 리더들은 '왼쪽 가르마'

가르마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기자는 가르마를 취재하기 전 오른손잡이는 왼쪽 가르마, 왼손잡이는 오른쪽 가르마를 택한다고 믿었다. 왼손잡이인 기자는 오른쪽 가르마를 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일부만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울러 기자처럼 남자이면서 오른쪽 가르마를 타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알게 됐고, 아무 개념없이 왼쪽으로 머리를 빗어내리는 이 '별종'들에 대한 연구가 10년 전 미국에서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가르마를 둘러싼 재미난 이야기들을 한번 들어보자.

◆유명 인사들의 가르마

정치인은 어떨까? 역대 대통령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중 왼쪽 가르마가 아닌 사람은 단 2명이다.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은 오른쪽 가르마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르마를 타지 않는 흔히 말하는 '올백' 스타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머리숱이 남아있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면 왼쪽 가르마를 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유명 정치인 대부분이 왼쪽 가르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도 왼쪽 가르마를 택하고 있다. 다만 정동영 전 의원은 오른쪽 가르마를 타고 있다.

미국 정치인은 어떨까? 일단 1~9대 대통령은 가르마가 없다. '올백' 스타일이거나 대머리라는 뜻. 나머지 10대에서 43대 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중 대부분은 왼쪽 가르마다. 오른쪽 가르마 중 알려진 인물로는 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뿐이다. 아울러 42대 클린턴 대통령은 거의 중간 가르마이면서 오른쪽에 약간 치우친 스타일이다. 가르마를 바꾼 대통령도 있다. 16대 링컨 대통령과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원래 오른쪽 가르마였다가 왼쪽으로 바꾸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와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는 가운데 가르마, 후쿠다 야스오 현 총리와 고든 브라운 현 총리는 왼쪽 가르마다. 양국의 총리 가르마가 지난해 함께 바뀐 셈.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가르마 구분이 힘든 스타일이다.

포천 5월호는 "대기업 CEO 중에서 가르마를 왼쪽으로 타는 경향이 월등히 높다"고 보도했다. 포천이 미국 50대 기업 CEO 사진을 분석한 결과,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왼쪽 가르마를 탄다는 것. 오른쪽 가르마를 타는 3명은 제너럴모터스의 릭 웨고너, AT&T의 랜달 스티븐슨, 시어스의 브루스 존슨이 있다. 물론 어느 쪽 가르마도 타지 않는 사람도 있다. GE사의 제프 이멜트 회장, 골드만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엑슨 모빌의 렉스 틸러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도 비슷하다. 위클리비즈가 국내 시가총액 30대 기업의 CEO 사진을 분석한 결과, 왼쪽 가르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CEO 30명 중 22명이 왼쪽 가르마를 택했고, 7명만이 오른쪽 가르마였다. 특히 시가총액 5대 기업의 CEO는 모두 왼쪽 가르마를 탔다. 윤종용 삼성전자 전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오른쪽 가르마를 타는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남중수 KT사장 등이 있었다.

◆가르마에 따라 인상이 달라보인다(?)

가르마 때문이 이미지가 결정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당연한 말이지만 타인이 볼 때와 자신이 거울을 볼 때이다. 특히 첫 인상에서 가르마는 중요하다. 얼굴 형태나 체형, 의복, 표정, 자세, 체취 등이 첫 인상을 결정하지만 가르마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이유는 대부분 왼쪽 가르마를 택하는데, 그것은 편안하고 안정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오른쪽 가르마는 왠지 불안하고,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읽어내기 힘든 느낌을 준다.

거울은 가르마에 대한 인상을 잘못 전달하는 주요 매개물이다. 오른쪽 가르마를 왼쪽 가르마로 보이게 한다. 거울을 보면 오른쪽 눈은 오른쪽을, 왼쪽 눈은 왼쪽 눈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을 볼 때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실제로는 우리는 상대를 볼 때 오른쪽 눈은 왼쪽을, 왼쪽 눈은 오른쪽을 보면서 첫인상을 얻는다. 거울에 비쳐지는 모습은 자신에게 그릇된 정보를 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왼쪽과 오른쪽이 왜 중요할까? 사람이 가르마를 타게 되면, 뇌의 좌우 반구 중 한쪽 이미지를 강조하게 된다. 현대 뇌의학 연구에 따르면 좌뇌는 언어, 단어 기억, 수학, 논리와 특히 전통적인 남성상에 기여하는 활동을 맡는다. 반면 우뇌는 시각적 과정, 그림 기억, 음악적 이해와 여성성에 기여한다. 왼쪽 가르마는 무의식적으로 좌뇌에 의해 통제받는 활동에 대한 관심을 이끌게 된다. 즉 전통적으로 알려진 남자다움이다. 오른쪽 가르마는 반대로 우뇌, 즉 여성성을 지닌 행동에 대한 무의식적 관심을 유도하게 된다.

이 같은 이론을 정립한 사람은 미국 트루미러(Truemirror)사 창립자인 존 월터와 여동생 캐서린 월터다. '트루미러'는 일반 거울과는 달리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뒤바뀌어 보이게 하는 거울이다. 실제 존 월터는 이른바 '가르마 이론(The hair part theory)'를 만들 당시인 1998년, 오른쪽 가르마에서 왼쪽 가르마로 바꾸었고 그 뒤 대인관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핵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존 월터는 문화 인류학을 전공한 여동생과 함께 가르마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역대 유명인물들의 가르마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가르마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남성은 왼쪽 가르마가 정상(?)이고, 여성은 오른쪽 가르마가 어울린다는 것.

하지만 여성은 가르마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정해진 가르마가 없기 때문이다. 헤어 스타일에 따라 가르마 방향을 왼쪽에서 가운데로, 또는 오른쪽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기 때문에 가르마에 따른 고정된 이미지도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정치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여성이 정치계 또는 경제계에 진출한 경우, 남성처럼 왼쪽 가르마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특유의 나약함이나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강인함과 결단력을 엿보일 수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왼쪽 가르마를 택하고 있고, 외국 정치인 중에는 대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과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 전 총리 마가렛 대처가 유명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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