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권도 MB손에?…親李·親朴 또 갈등

박희태 대표, 당헌·당규 개정 시사 논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당권과 대권 분리'발언을 놓고 친이-친박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박 대표는 당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언급하며 이명박 대통령 친정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고 이에 친박측은 즉각 반발하면서, 신임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계파간 갈등을 노출해 한나라당의 험난한 진로를 예고했다.

◆친이는 '예스'=친이인 박 대표는 지난 3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당헌·당규는 한나라당이 10년간 야당을 하면서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을 때 만든 것"이라며 "여당이 됐기 때문에 당·청관계가 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그는 또 "옛날식으로 당이 대통령의 뜻을 따라 의중을 헤아리고 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청을 분리해 따로 놀아 국정이 파탄나고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행 당헌·당규에 '대권·당권 분리' 규정은 없다"면서 "대선 후보가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당헌 7조에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임기동안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대권·당권 분리 조항을 두고 있다.

◆친박은 '노'=박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친박계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당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면 민심 수렴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당권과 대권이 같이 결합돼 있으면 당의 민심전달 역할이 다 무너져 정권의 앞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권·대권 분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인 이정현 의원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당권·대권 분리 당헌 개정은 권력집중의 시대역행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혁신안을 만들 때 참여했던 국민과 당원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것이고, 57차례 회의와 공청회에서 모은 중지를 묵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해온 이 의원의 반발은 친박의원들 간에 교감을 통해 나온 것으로 박 대표에 대한 1차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전망=박 대표의 '당권·대권 분리'발언이 개인의 소신인지, 청와대와 조율을 통해 나온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박 대표 측근들은 "오랜 정치 경륜에서 나온 소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이 집단지도체제인 만큼 다른 최고위원들과 논의도 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은 청와대와의 조율에 의심을 하고 있다.

또 정치권은 친이 측 입장에선 지난 총선 때 와해 직전까지 간 친이 세력의 복원과 향후 당내 대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사전포석을 당권·대권 분리 수정을 통해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친박의 경우 지난 총선을 통해 가까스로 회복한 당내 입지가 다시 좁아질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다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 입장에선 차기 대권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세력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서 친이 측의 당권·대권 분리 수정 움직임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편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서는 전국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남아있어 친박계가 거세게 반발을 할 경우 당헌·당규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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