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 김모(17·대구 수성구 만촌동)군은 요즘 조바심이 많이 난다. 7월 중순 물리올림피아드와 8월 초 화학올림피아드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기말고사 탓에 거의 올림피아드 공부에 손을 못 대고 있기 때문. 김군은 "내신도 중요하니까 학교 공부에도 신경써야 하고 올림피아드 준비도 별도로 해야 하니까 힘들다"며 "과학고를 가기 위해선 올림피아드 준비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적이 최상위권인 중학생들 사이에 '올림피아드 열풍'이 거세다. 올림피아드 가운데 가장 응시생이 많은 수학 올림피아드의 경우, 2006년 수상자가 890명이었으나 2007년엔 1천120명이었고 올해는 1천45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최측인 대한수학회가 전체 응시생의 10% 정도를 합격시킨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전국 응시생을 추정해보면 2006년 9천명, 2007년 1만1천명이었고 올해는 1만5천명에 이른다. 다른 올림피아드 또한 수학 올림피아드처럼 꾸준히 응시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왜 열풍 부나
올림피아드에 해마다 응시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특목고 열풍과 맞물려 올림피아드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몇 년 사이엔 기존에 없던 지구과학이나 생물 올림피아드 등 각종 올림피아드가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과학고의 경우 수상자 전형이 별도로 있어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을 특별 전형으로 뽑는데다 일반 전형에서도 수상 실적에 따라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입학에 절대 유리하다. 대구과학고를 보면 올림피아드 전국 은상 이상이면 합격 가능하며 일반 전형에서도 올림피아드 전국 금상이 6점, 은상 5점, 동상 4점, 장려상 3점 등의 가산점이 주어지고 있다.
또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올림피아드에 대한 별도의 가산점 제도는 없으나 우수한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이 있으면 서류 전형 때 통과 가능성이 높다. 셜대학원 김병준 원장은 "과학영재학교는 굳이 서류 전형이 아니더라도 필기시험을 통과하려면 올림피아드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어렵게 나온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에서 고득점을 얻고, 입학 후 전공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로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와이즈만 영재교육 중부센터 송은경 원장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의대나 약대를 가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리 선행 학습을 한다는 의미로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학생들도 적잖다"고 했다.
◆언제 준비하나
중등 올림피아드 수준은 보통 고교 과정을 일반적으로 알아야 하고 좀 깊게 들어가면 대학교 전공까지도 공부해야 한다. 이를 맞추기 위해 초교 고학년 때 중학교 과정이나 고교 1년 과정까지 선행 학습을 한 뒤 중학교 들어가서는 본격적인 고교 과정이나 대학교 전공 정도까지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고 있다.
2, 3년 전만 해도 중등 올림피아드는 보통 중2 때부터 준비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금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조금 서두르는 학생은 초교 5, 6학년 때부터 준비하기도 한다.
◆도전에 신중해야
사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면 너도 나도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곤 한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올림피아드 준비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워낙 최고의 난이도를 보이고 있어 오전 2, 3시까지 공부를 해야 할 만큼 공부량이 많아야 한다는 것. 단순히 내신이 좋아 도전하기보단 학생 스스로가 그 과목에 대해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파악하고 특정 과목에 대해 감탄할 정도의 실력과 수준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림피아드 열풍이 중학교 공부를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학원 원장은 "중학교 학생이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교 공부까지 해야 하니까 힘들 뿐 아니라 너무 선행학습과 난이도 높은 쪽으로 접근하다 보니 막상 기초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춰가면서 해야지, 무턱대고 남들이 한다고 도전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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