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국인 선수제도가 시작된 이래 11년 동안 29명의 선수가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갔다. 그동안 재계약에 이른 선수는 우승에 기여한 4명뿐이고 그나마 이듬해엔 모두 팀을 떠났다. 더구나 금년에는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의 지원을 접고 말았다. 정말 삼성에게는 이른바 '용병운(運)'이 따르지 않는 것일까?
초창기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첫해 좌완 투수 스캇 베이커는 기대 이상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외로움을 타면서 밤늦게 다운타운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주 띄었고 결국 한차례 말썽을 일으킨 후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이듬해 시즌 초부터 시원한 장타를 과시했던 찰스 스미스(1999)도 낯선 이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에 신경을 쓰다가 결국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아기가 조금 아프거나 가볍게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선뜻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가족들은 답답해도 참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카를로스 바에르가(2001)나 트로이 오리어리(2004)는 더 심했다. 바에르가는 잡담으로 일관하며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고 오리어리는 낯선 문화에 바깥 출입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소극적인 생활 끝에 스스로 한국 야구를 접고 말았다. 케빈 호지스(2004)나 마틴 바르가스(2005)는 한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주로 햄버거에 의지하곤 했는데 보다 못한 김응용 사장이 미군부대에서 타코(멕시코 만두)를 공급하기도 했다.
반면에 삼성에서 가장 잘 적응한 선수는 틸슨 브리또(2002)였다. 어떤 음식이든 잘 먹었고 늘 수다를 떨면서 모든 선수들과 친하게 지냈다. 독서를 즐겼던 팀 하리칼라(2005)나 과묵한 제이미 브라운(2006)도 일상에서 차분한 그들의 성격답게 비교적 라이온즈의 생활을 잘 견뎌낸 편이었다.
한국 야구가 외국에 비교적 잘 알려지고 구단의 외국인 선수 관리도 발전한 최근에는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 문제가 더 이상 크지는 않다.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나르시스 엘비라(2002)는 야구관의 차이로 코칭스태프와 멀어지다 이듬해 6월 부상을 이유로 방출됐다. 다혈질이었던 브리또 역시 틀에 얽매인 경기 운영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곤 했다. 이들에게는 선수에 대한 배려와 믿음, 그리고 훈련 방식과 의사 소통이 문제가 됐다. 선수마다 기능의 차이로 필요한 것이 다른데 매번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잘못이라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코치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도 없으니 조금씩 이질감도 느꼈을 것이다. 거쳐간 외국인 선수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삼성은 어떤 야구단이었을까? 전력의 모자람을 메워줄 '용병'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진정한 팀의 일원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격의없는 유대관계를 아쉬워하지는 않았을까? 세상 어디든 야구의 본질은 팀워크에 있으니 말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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