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외로운 것은 다리를 놓기보다는 댐을 쌓기 때문이다.' 여러 선생님들이 모이는 세미나장이나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가 길어지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는 환자와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이 서로의 댐이 너무 높고 견고해 결론적으로 치과에서 외롭게 살아간다는 얘기다. 개원 치과 원장 대부분은 남자이고 직원은 여자인 경우가 많다. 예전과 많이 달라져 외래교수로 강의를 가보면 치과대학에도 여학생들이 점점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개원가의 원장은 남자가 많다. 하루 보통 8, 9시간을 여성인 직원들과 보내야 하는 원장들은 간혹 여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젊어서는 무뚝뚝함을 매력으로, 나이 들어서는 무뚝뚝한 것이 과묵한 것으로 미화돼 잘 살아가고 있는 원장님들로서는 스무살 이상 차이 나는 직원들과 언어적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급한 약속이 있어 직원들보다 먼저 퇴근하면서 미안해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봅시다'라고 인사하지 않고 슬그머니 퇴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직원 중 한명이 '원장님 오늘 기분 좀 괜찮으세요'라고 했다. 처음에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이러나' 하고 의아해 했다.
그런데 어느 세미나에서 소개해 준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보면서 의문들이 해소됐다. 책 제목에서 말하듯이 남자는 화성에서 오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나 심각한 고민이 있을 때는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말수가 없거나 관심을 끊고 오직 그 문제에 몰두하며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정반대다. 여자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누군가와 끊임없이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나는 간단히 '문제가 생기면 남자들은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들은 전화 수화기를 찾는다'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원장이 인사도 없이 퇴근하면 금성 출신의 직원들은 '오늘 원장님이 화가 나셨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 원장과 직원과의 댐은 이처럼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환경적인 영향에 의해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다르고 다른 행성에서 온 남녀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더욱 높고 견고해진다. 그러므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 댐을 허물고 다리를 놓았음 좋겠다. 병원에서 직원들이 전화 수화기를 찾는지 진료기구를 찾는지 자세히 살펴보길 바란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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