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플&피플]하모니카를 사랑하는 모임

중복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29일에도 하모니카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하사모) 회원 12명은 한 노인전문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삼복 더위에 꼼짝없이 병실에 누워지내야만 하는 노인들에게 하모니카 소리를 들려드리기 위해서다.

"병실을 다니며 공연하면 노인들이 그렇게 좋아하세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고 하시고요."

이들의 봉사 행렬은 2004년 2월, 모임 결성과 동시에 시작됐다. 각 문화센터에서 하모니카를 배우던 이들이 '배운 것으로 좋은 일 해보자'며 마음을 모은 것. 30여명의 회원들은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대구지역의 노인병원·요양원·재활원 등을 다니며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경찰·교장선생님·전업주부 등 직업도 다양하지만'봉사'의 한 뜻으로 뭉쳤다.

분위기에 따라 가요·동요·합주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베이스 하모니카, 트레몰로 하모니카, 코드 하모니카 등 각기 다른 하모니카로 화음을 넣어 연주하면, 하모니카는 작지만 웅장한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추억을 들춰내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하기도 한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오빠들이 기타나 하모니카 연주를 많이 했어요. 집 근처 나지막한 산에 올라 오빠의 하모니카 소리를 듣던 그 추억이 지금도 아련하지요."

하사모 총무 안경자씨는 하모니카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다. "추억에 이끌려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다"는 것이 안씨의 말이다.

한 때 하모니카는 사라지는 듯 했지만 최근 몇 년 새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고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하사모 회원들은 봉사에 만족하지 않고 각자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는다. 최소 연주경력 3년 이상 된다고 하니, 수준급인 셈이다. 하모니카와 봉사에 관심있는 사람은 언제든 환영이다.

"앞으로도 작은 하모니카를 통해 꾸준히 봉사할 계획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 더 그늘진 곳으로 찾아가 하모니카 소리로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연락처는 011-9391-146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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