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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독도…'우리 땅'에 서 있다

▲ 독도에 입도한 전충진 기자는 독도에 상주하면서 독도의 사계와 자연, 독도의 아픔과 기쁨을 독자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동해바다에 선 전 기자 뒤로 독도 동·서도가 보인다.
▲ 독도에 입도한 전충진 기자는 독도에 상주하면서 독도의 사계와 자연, 독도의 아픔과 기쁨을 독자에게 전해줄 계획이다. 동해바다에 선 전 기자 뒤로 독도 동·서도가 보인다.

나는 지금 독도 서도 선착장에 서 있다. 동도가 건너다보이는 서도 어업인 숙소 앞바다가 초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 물결로 반짝인다. 아직 털갈이를 하지 않은 괭이갈매기들은 부채바위에 앉아 볕바라기를 하고 있다. 독도는 이렇게 내 곁에 있고, 독도에 들어온 지금 더없이 안온하다. 더 이상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닌 것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나는 울릉도에 들러 본적을 '울릉읍 독도리 20-2번지'로 옮겼다. 그리고 독도를 향해 다시 검푸른 동해를 건넜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가늠할 수 없는 심연 위로 솟아오른 한 점 섬. 겨레의 염원이 사랑이 되고 분노가 되어 멍울진 애틋한 섬 독도가 온몸으로 들어왔다.

여객선 삼봉호 갑판에서 바라본 독도는 한 마리 커다란 코뿔소가 북(北)으로 내닫는 형상으로 다가왔다. 나 또한 그렇게 작지만 거대한 무게를 가진 섬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나는 왜 팔순을 앞둔 노부모의 염려와 만류조차 뒤로하고 그렇게 독도로 향했을까. 나의 독도행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망발과 독도 침탈 야욕이 삐져나올 때마다 우리는 '우리땅 독도'를 외쳐대고 '독도를 사랑한다'고 야단들이다. 하지만 독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이해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단발적이다. 독도는 요란한 구호나 떠들썩한 주장의 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그저 '독도는 우리 땅'이란 대중가요의 노랫말 정도를 읊조리고 외칠 뿐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독도에 왔다. 광복 후 반세기가 넘도록 숙지지 않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망언을 지켜보며 겨레의 자존권이 걸린 이 섬에 기자 한 명쯤은 상주하면서 독도의 생생한 모습을 시나브로 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한겨울 추위도, 주먹 만한 돌도 휙휙 날려버린다는 해풍도, 무엇보다 감옥소 징벌독방과 같은 고독도 이겨낼 것이다. 그 정도 몸과 마음의 수고로움도 없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 또한 공허한 외침이 아니겠는가.

독도는 오랜 옛날부터 울릉도 사람들의 생활공간이었다. 독도는 바람도 물결도 어머니 같은 섬 울릉도를 향하고 있다.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와 오징어 잡는 어부들의 콧노래에도 우리의 정감이 담겨 있다. 그래서 독도는 결기와 흥분의 섬만은 아닌 것이다.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독도를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의 갯바람 스민 이야기들을 '여기는 독도'라는 이름으로 전하려 한다. 결코 야단스럽지 않은, 독도의 일상적인 스케치가 오히려 '독도가 우리땅'임을 더 웅변할 것으로 믿는다.

독도에서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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