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먹을거리 시장 전반에 일파만파로 불어닥치고 있다. '믿고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걱정이다.
20여년 전, 영남지역 절을 중심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보이차는 5년쯤 전부터 대구에도 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는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짜 보이차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중국발 가짜 보이차들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무조건 비싼 보이차가 좋은 차'라는 잘못된 흐름도 만들어졌을 정도. 하지만 보이차 마니아들은 '우리나라 보이차의 90%, 중국 현지의 95%는 가짜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일대의 대엽종 차엽을 후발효시켜 만든 차로, 10~30년 이상의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는 차다.
대구에도 보이차만 전문으로 하는 찻집이 5,6곳, 중국차 모두를 다루는 곳이 4,5곳이 있는데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지유명차(地乳茗茶)가 이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2002년 보이차를 즐기는 동호인을 중심으로 설립, 국내 보이차 시장에선 처음으로 보이차를 정식 수입했기 때문이다. '생명체 안에 생태계를 회복하자'는 신념으로 맺어진 전국 16개 지점망을 갖추고 있으며 대구점(중구 삼덕2가 30-4)은 3년 전 문을 열었다.
이곳은 보이차와 자사차호를 판매하는 곳이지만 믿을 수 있는 보이차를 실컷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마니아들이 많다. 가격이 들쑥날쑥하는 보이차 시장에서도 한번 책정된 가격은 상품이 소진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1만원이면 2,3가지 보이차를 하루종일이라도 마실 수 있다. 한 손님은 무려 8시간 동안이나 차를 마셨다고 하니, 찻집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보이차를 모르는 문외한들에게 열려진 장소라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시음장에 앉으면 포차사(전문적으로 차를 우려주는 사람) 정은진(29)씨가 차를 우려주며 보이차에 대한 설명도 찬찬히 해준다. 복잡한 격식은 없다. 그저 '따뜻하게 마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차를 우려내준다. 복잡한 격식과 '고가'라는 권위에 가려져 있던 보이차를 만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차예관을 찾는 손님의 절반은 보이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1년 전부터 지유명차 대구점을 책임지고 있는 강성진 사장은 보이차 예찬론자. 7년간 중국에 머무른 중의사 출신으로 보이차의 해독작용과 인체 복원력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보이차는 신체의 냉한 부위를 덥혀주고 머리 위로 올라간 열을 아래로 내려준다. 잘못된 먹을거리로 인해 현대인들의 체내에 쌓인 각종 독소를 배출시켜 준다는 것. 웰빙 흐름과 함께 보이차 열풍이 부는 까닭이다.
보이차를 구입할 때는 일단 많이 마셔보라는 것이 강 사장의 귀띔. 진짜 보이차는 대여섯잔을 마시면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허리와 등줄기가 훈훈하게 달아올라 이마와 가슴에 땀이 맺힌다. 반면 이런 느낌이 전혀 없거나 가슴이 먹먹한 증상 등이 나타나면 보이차를 한번 더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
중국 관광패키지에 포함된 보이차 가게 상품은 대부분 가짜라고 보면 되고, 중국 윈난성 현지에서 구입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보이차는 주문생산되는 데다 10년 이상 발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윈난성 현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없다는 것. 무조건 오래된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보이차는 60년 이상이 되면 효능이 떨어져 골동품으로서 가치밖엔 남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 올바로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보이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은 처음엔 머그컵 1,2잔으로 시작, 천천히 양을 늘리다가 일주일 후 10g정도 우려낸 보이차를 하루 2리터 정도 마시면 좋다. 차에 집중해서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보이차를 끓일 때는 물을 충분히 끓인 후 최고 온도에서 보이차를 우려낸다. 하루 2번쯤 땀이 흐를 만큼 충분히 마시던가, 수시로 하루 2리터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종류에 따라 7천~1만2천원을 내면 보이차를 무한대로 우려내준다. 자신의 차를 키핑해놓고 마셔도 된다. 이 경우는 5천원. 차를 우려주고 설명해주는 포차사 정씨는 "보이차를 매개로 대화하다 보면 한두번만 오셔도 가족처럼 친해진다"고 말한다.
귀한 차를 우릴 때면 매장 내 손님들에게도 나눠줘 운 좋으면 좋은 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보이차 가격은 3만5천원에서부터 2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시음은 무료. 경북대 응급실 맞은편 관음사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053)426-5634.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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