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파고들수록 재미있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라인작업은 양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한복은 더 세분화 돼있고 전문성을 띤다. 보통 한복은 치마'저고리'두루마기'남자저고리'바지'조끼'마고자'당의'배자'개량한복 등 그 종류가 수없이 많고 그 작업 또한 제각기 다르다. 양장은 한 작업장에서 스커트'재킷'원피스 등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복은 각 품목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다. 만드는 과정이 각기 다르고, 양장보다 바느질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복을 찾으러 오는 손님은 한복 상자 안의 품목을 보고 적지않게 놀란다. 속치마'속바지'속적삼'버선'신발'가방'고름핀'노리개가 기본으로 나가고 거기에 향대'아얌 등도 부수적으로 첨가되기도 한다. 그 품목들조차 제작처가 각기 다르고 대량 생산이 아닌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는 원단을 짜는 제직공장에서 각종 문양의 백단을 짜내면 염색공장'가공공장을 거쳐 원단이 출시되고, 도안작업을 해 수나 금박작업을 한다. 그렇게 나온 원단은 디자인과 침선 기술자를 통해 한복으로 완성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세부작업이 널려있는 등으로 원단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과정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잔 공정이 많다.
함에 들어가는 오곡주머니, 기러기, 혼서지보, 술병주머니, 청실홍실, 걸방함보와 누비지갑, 거울 등 각종 소품들은 외국인들에게 기념품으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복가방과 숄, 한복상자에 보자기까지 생각하면 한복산업의 종류 및 그 종사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복산업에 뜻을 세운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의 목적이 소매업인지, 침선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소매업이라면 한복전반에 걸쳐 공부해둘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색채감각을 키우고 원단 재질에 따른 디자인, 손님의 체형과 얼굴색에 따른 배색공부는 필수. 먼저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침선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본인의 솜씨나 능력에 따라 한 두 가지를 집중 훈련해 한 분야로 나가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다 배우고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젊은 후배들이라면 특정 분야에 안착하기엔 미래의 기회가 많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생활한복은 양장기술을 습득한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개량한복은 양장의 제도, 재단기술에 한복의 깨끼바느질 기술이 더해져야 하므로 가장 어려운 분야라 할 수 있다. 한복 기계수 또한 힘들지만 매력적인 작업이다.
40세가 넘는 주부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침선은 옛날 여인들이 자신의 꿈을 묻고 한을 삭이면서 달랬던 생활의 일부였다면 지금은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이자 당당한 생활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다. 침선만으로 자녀를 유학까지 시키는 분들도 많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복과 사랑에 빠지길 바란다. 그로인해 한복의 명맥이 유지되고 발전된다면 그 또한 애국의 길이 아닐까?
'입는 사람이 반바느질'이라는 말이 있다. 예쁜 디자인의 한복을 정성으로 만들어 제대로 갖춰 입어주면 한복은 나날이 예뻐지고 살찔 것이다. 010-2501-2020.
손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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