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행정부 면죄부 주는 통과 의례 같다. 국정실패, 예산 낭비, 부정부패, 권력남용, 무능태만을 수박겉핥기식 질의응답을 통해 없었던 일로 면책시킨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여당의 초선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밝힌 국정감사 1주일의 소회다. 그만큼 이번 국정감사가 유례없는 '부실'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여야지도부도 13일 초반 부실국감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국정감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원들은 선수에 관계없이 정파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정쟁국감이나 소위 '한 건 터뜨리는'식의 폭로성 국감은 더이상 안된다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국감 현장은 언행 불일치의 실망감만 증폭시킨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벌어진 'YTN국감'은 정쟁 국감의 전형적인 예이다. 교육과학기술위에서 단골메뉴가 된 공정택 서울 교육감 문제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8일 열린 서울대 국감에서도 야당측이 또 다시 공 교육감 문제를 거론하자 한 여당의원이 '서울대얘기 좀 하자'고 나서기도 했다.
'정책국감'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당의원들은 피감기관들의 사소한 잘못들을 지적한 뒤 장관이나 기관장이 "시정하겠다"고 답변하기만 하면 넘어가고 야당의원들도 정책오류 등을 문제삼기보다는 언론을 자극할 수 있는 비리폭로에 더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국감의 원인으로 1인당 10분으로 제한되어 있는 질의시간 등 국감 진행상의 문제도 거론된다. 1인당 10분에 추가질의를 포함해도 20분을 넘길 수 없다. 나머지는 서면으로 질의해야 한다. 의원들의 질의에는 답변도 포함돼있어 일부 의원들은 질의만 속사포처럼 쏟아내고는 피감기관장의 답변은 아예 무시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대형이슈보다는 지역구문제에 몰입하는 의원들도 적지않다. 칠곡군의 시승격을 촉구하면서 관련 법안까지 제출한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원세훈장관이 재산세 상승과 농어촌지역에 대한 특혜가 없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칠곡군의 시승격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자 "칠곡군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원 장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예 상임위를 통한 상시국감 등 제도개선 등 국회법 전반을 고치자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격년제로 국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실 부실국감은 애초부터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원구성협상이 늦어지면서 국감이 임박한 8월중순이 돼서야 여야는 상임위 배정을 마칠 수 있었고 국감준비는 그만큼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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