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학생이 3, 4명의 급우들에게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하고 있다고 해 당사자들을 면담했는데 예전 같으면 반성문 정도로 그칠 사안이지만 경미한 내용도 보고를 하라는 지침 때문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알렸습니다."
대구 A중학교 박모(39) 교사는 "어떤 종류의 학교폭력도 교사가 알게 되면 학교에 보고를 하라는 지침을 받은 뒤부터 경미한 다툼도 신고하고 있다"며 "앞으론 교사가 문책이 두려워 폭력을 숨기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에 대한 감시 및 고발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대구경북의 학교폭력 피해자가 전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숨겨왔던 폭력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사소한 다툼까지 폭력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이 대구시·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조치 현황'에 따르면 2007년 피해학생 수는 대구 618명(초교생 7명, 중학생 529명, 고교생 82명), 경북 302명(초교생 7명, 중학생 182명, 고교생 11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에 대구 224명(초교생 5명, 중학생 163명, 고교생 56명), 경북 118명(초교생 12명, 중학생 45명, 고교생 61명)보다 각각 2.8배, 2.6배씩 늘어난 것이다.
피해 학생의 조치 방법을 보면 2007년 경우 대구에선 '심리상담 및 조언'이 1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시보호' 21명, '치료를 위한 요양' 7명, '학급교체' 1명, '전학권고' 3명, '기타 조치' 27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에서도 '심리상담 및 조언'이 1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시보호' 11명, '치료를 위한 요양' 6명, '전학권고' 5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2007년 피해학생 수는 8천291명(초교생 262명, 중학생 5천620명, 고교생 2천409명)으로 2006년 5천752명보다 44% 증가했다.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김태헌 교육연구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006년부터 신고시스템을 강화하면서 피해 학생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단순히 폭력 건수가 증가한 것은 부담이지만 경미한 문제까지 노출돼 예방책을 세울 수 있어 앞으로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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