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이 뭔지, 400년 넘게 이어진 동네 인정이 너무 흉흉해졌어요."
대구 속 농촌마을인 북구 국우동과 도남동.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00여명의 주민들이 정다운 이웃사촌으로 지내며, 범죄없는 마을로 표창을 받기도 한 평화롭고 살고 싶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2006년 6월 국우동과 도남동 일대를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로 지정하는 주택공사의 개발계획안이 나오면서 바람 잘 날이 없는 마을이 돼버렸다.
"알고 지낸 세월이 50년이오. 그런데 임대주택단지 얘기가 나온 뒤부터 이웃끼리도 얼굴을 안봐요."
14일 기자가 찾은 국우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택지개발 계획 발표후 230여명의 전체 주민들이 찬성편과 반대편으로 갈려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혀를 찼다. 그는 "오죽하면 형제간에도 '보상금을 받고 나가자'는 쪽과 '땅 팔면 뭘 먹고 사냐'며 대치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 같은 대립은 지난 8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 극에 달했다. 찬성편 주민들과 반대편 주민들이 고성을 지르다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사태로 번졌다. 결국 반대입장에 선 주민들이 집단 퇴장한 뒤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주민의 90%가 찬성했다'는 결론을 9일 북구청과 대구시, 주공 등에 전달하고 조속한 개발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반대편 주민들도 동의서를 작성해 구청과 시에 전달할 예정이라는 것.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택지개발 찬반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회복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국우동·도남동의 경우 주민 대부분이 친인척이거나 사돈으로 연결되는 등 작은 씨족사회 성격이 강하고 인근 도남초교 출신들로 선·후배인 마을이지만 이번 일로 동네를 망쳤다며 자조하고 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예순이 넘은 형제간에 이 문제 때문에 틀어져 제사에도 안 간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라며 "개발이고 뭐고 필요없다. 주택공사가 미운 생각밖에 안 든다"고 혀를 찼다.
주공 측은 국우동·도남동 일대 83만㎡(27만5천평)에 5천여가구의 일반·국민임대아파트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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