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섬유 재도약 호기 살려라 <하>비상의 나래 펴려면

지속적 설비투자로 고부가가치 생산체제 구축을

지역 섬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대구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섬유기계전에 출품된 최신 직기들. 윤정현 인턴기자
지역 섬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대구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섬유기계전에 출품된 최신 직기들. 윤정현 인턴기자

대구경북 섬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첨단 직기로의 교체를 통해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 정착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 생산 ▷섬유인들의 자기 혁신과 변화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비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경기 상황만 좀 나아지면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설비교체 서둘러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말 현재 대구경북지역 섬유업체 2천736개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직기 대수는 3만66대(대구 1만2천870대·경북 1만7천196대)로 지난 2005년(3만3천719대)에 비해 10.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기 노후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0년 이상 노후된 직기의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76.7%로 2005년 74.0%에 비해 2.7%포인트 증가해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 구축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10년간 침체기를 거치면서 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직기 한대 평균 가격은 5천만원. 30대 정도를 갖추려면 15억원이 든다. 하고 싶은 의욕은 있는데 재정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은 "섬유가 첨단화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지역 업체가 설비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업용 섬유로 눈 돌려야

현재 대구시와 섬유업계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슈퍼소재 융합제품 산업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구시가 지식경제부에 신사업으로 신청했고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으로 심사 중이다.

이 사업은 2010년부터 5년간 사업비 2천100억원을 들여 슈퍼섬유 융합제품기술개발과 산업용 융·복합제품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운·수송, 반도체 산업에서 수입되는 핵심융합 섬유제품의 연구개발을 통한 수요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 섬유기업의 선진 업종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반도체, 자동차, 스포츠레저, 환경·에너지 산업의 필수재료인 슈퍼소재 융합제품은 수입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 분야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3년 139억달러에서 지난해 321억달러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섬유가 고환율과 중국의 정체 등으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형 섬유업종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곧바로 경쟁력 상실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2차 밀라노 프로젝트는 의류용 섬유산업 경쟁력 제고 중심 지원사업이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산업용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하고 섬유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

산업용 섬유 원천소재의 약 80%는 구미지역·세계적 입지의 합섬 소재 생산기지를 보유한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합섬소재 원료 및 직물산업, 자동차, 반도체 수요산업이 인접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 범위는 전자·반도체 산업의 부품용 섬유제품, 자동차·운송 산업의 부품용 섬유제품 등이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선정되면 사업비 2천억원 중 1천억원이 업계와 연구소의 연구개발비로 지원된다. 3단계 지역진흥전략산업으로 예산이 대폭 삭감된 지역 섬유관련 연구소들의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연구소 기능 재편

지역 섬유전문연구소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패션센터, 한국봉제기술연구소 등 4개. 하지만 이들은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내년부터 4년간 시행되는 '3단계 대구 섬유산업육성사업'의 국비지원액이 대폭 삭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섬유연구소들은 정부 보조금 예산에만 목매고 기업지원활동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조금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에 치중하면서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에는 미흡했다는 것. 정부 보조금이 1순위였고 기업지원활동이 2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규만 한국패션센터 이사장은 "섬유관련 4개 연구소가 협력해 원사 개발, 염색, 디자인, 완제품 생산 등을 협력해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섬유인력 육성 및 섬유인 자기 혁신

섬유 인재 확보도 시급하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섬유패션학과 졸업생들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많이 배출되지만 지역 업체보다는 서울·경기도 지역으로 취업하기를 원한다. 대구지역 섬유업체들의 임금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김승진 영남대 섬유패션학부 교수는 "지역 섬유기업들이 지역의 고급인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급여와 근무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면서 "지역 기업들은 섬유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해 인재를 바탕으로 기술을 전문화하고 제품을 다양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김필구 신기술산업국장은 "직물 등 의류용 섬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기존 의류용 생산 업체들이 고기능성·고부가가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산업용 섬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섬유인들이 경기가 좀 좋아지면 모두 자기 잇속만 차리다가 나빠지면 정부나 지자체에 손을 벌리는 행태를 버리고 업계의 공동 목표 추구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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