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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빚는 교회 女집사…상주 '은자골 탁배기' 임주원씨

▲ 은자골 탁배기 임주원 대표가 전통 숙성실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홍섭기자
▲ 은자골 탁배기 임주원 대표가 전통 숙성실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홍섭기자

"막걸리는 술이라기보다는 우리 전통 음식이자 건강 음료입니다."

교회 집사인 술도가 여사장이 막걸리(탁배기)를 잘 걸러 큰일을 냈다. 상주 은척면 은척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은자골 탁배기' 대표 임주원(51)씨. 기독교 신자인 50대의 여사장이 만든 이 막걸리는 2005년 전국막걸리 축제에서 '가장 좋은 막걸리'로 뽑혔다.

이어서 '전국 마라톤협회 공식막걸리'로 지정됐고, 지난해 5월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우수상품 박람회에서도 최우수상품으로 선정됐다. 이 막걸리는 대구경북지역 13개 이마트에 납품이 되고 있다.

'은자골 탁배기' 그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핵심은 뛰어난 원료와 독특한 발효과정에 있다. 주원료인 쌀은 상주에서 생산한 값비싼 햅쌀을 사용하고, 밀가루도 최상수준급을 쓴다.

그래서 '은자골 탁배기'는 효소가 살아있는 생막갈리로 맛이 뛰어난데다 막걸리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트림'으로 인한 역한(?) 냄새가 없다. '뒤끝'도 깨끗하다. 대구경북과 대전·서울·용인·울산 등 전국에서 주문이 잇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 대표가 운영하는 70여년 전통의 '은자골 탁배기'도 자칫 사라질 뻔했다. "가업으로 이어져오던 양조장을 지난 1993년 시어른으로부터 물려받은 후 7년 동안이나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양조장이 사양길이었고, 무엇보다도 기독교인으로서 술 만드는 가업을 잇는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이웃마을 버섯재배사에 현장점검을 왔던 경북대 미생물학과 모 교수님의 한마디가 임 대표의 인생과 양조장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은척양조장에 들른 교수가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일할 때 기운을 북돋워주는 우리 민족 고유의 건강음식"이라고 했다는 것.

'술'이 아니라 '전통음식'이란 말에 용기를 얻은 임 대표는 종교적인 죄의식에서 벗어나 '정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아 먹고 '왜 막걸리가 외면당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을 했다.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독성과 미흡한 숙성이 두통과 트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뒤끝이 깨끗하고 트림이 나지 않는' 새로운 생막걸리 개발에 성공한 것. 2005년에는 공장을 새로 지어 제조공정도 현대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발효실만은 60년전 시어른이 남긴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기업을 하던 남편 이의충(61)씨도 자신의 사업을 접고 양조장 일을 돕고 있다. 20대 아들에게도 기술을 가르쳐 3대째 가업인 '은자골 탁배기'의 맛을 이어갈 작정이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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