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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시중 '유동성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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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에는 지난달에만 6천454억원(잠정집계치)의 예금이 몰려 들어왔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예금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려 고민"이라는 말까지 내놓고 있다. 돈주인들이 '가장 안전한 은행 금고'를 찾아 돈을 집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가져온 돈가뭄 현상을 풀기 위해 통화당국이 잇따라 정책금리를 내리고 정부도 기업 자금경색을 풀어주기 위해 펀드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증시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돈은 오히려 은행 금고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은행들은 실물경제가 급격히 침체에 빠지면서 부실위험이 커지자 고객들이 맡긴 돈을 선뜻 대출재원으로 못 풀고 있어 은행 금고에는 돈이 쌓이고, 시중에는 돈가뭄이 심각한 '유동성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것.

대구시내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예금이 너무 많이 들어와 고민"이라고 했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7% 넘게 주고 있는 까닭도 있지만 불황기에는 수익률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돈주인들의 속성 때문이라는 것.

이 지점장은 "최근 지점을 찾아온 어떤 손님은 '돈을 넣어뒀던 대형 시중은행의 BIS비율이 요즘 너무 떨어져 불안해서 이 곳으로 옮겨왔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손님들이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향후 경기상황을 사람들이 캄캄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대구경북지역 은행들은 예금 잔액이 1조9천611억원이나 늘었다. 9월엔 미국의 투자은행 파산으로 인한 증시 대폭락이 있었던 터라 9월 중순 이후 지난달까지 예금은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1월부터 8개월동안 대구경북지역 은행권 예금이 1조8천988억원이나 줄어들었었다.

대구시내 증권사 한 지점장은 "통화당국이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 증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돈이 은행 금고안으로 들어가면서 자금 회전 속도는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 돈을 받아든 은행은 금고문을 잠그면서 유동성 분배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유보가 많은 대기업들조차 금고문에 자물쇠를 채우면서 돈 구경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기업들의 긴축경영과 관련, 현대백화점에 이어 대구 진출을 할 것이라고 예견됐던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점 개점 추진을 전면 중단했다는 설(說)이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의 자사 소유 땅매각을 추진했던 회사들에 따르면 이 부근 땅 매입 작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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