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좌측에 칼 차서? 마부 위치 때문?…우측 통행의 기원

우리나라는 차량이 우측으로 다닌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독일,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영국, 호주에서는 좌측 운행을 한다. 영국의 식민지였거나 영연방 국가 등 60여개 국은 좌측 통행을 한다. 이렇게 나라마다 차량 운행 방향이 다른 것에 대한 학설도 다양하다.

◆기사·사무라이 통행 관습설

영국의 기사들은 오른손에 창을 들고 말을 몰았다. 그 결과 전투에서 좌측으로 달리며 우측에서 오는 적을 공격했다. 이 관습에 따라 마차도 좌측 통행을 했고 이것이 자동차로 이어졌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좌측 옆구리에 칼을 차고 다녔다. 그런데 우측 통행을 하게 되면 마주 오는 사무라이의 칼 끼리 맞부닥칠 수 있었다. 사무라이들은 이를 수치로 여겼다. 이를 피하기 위해 좌측 통행을 했다는 것이다. 우측 통행의 기원은 흥미롭다. 정복자 나폴레옹은 영국의 기마법을 역이용했다. 우측 대신에 좌측으로 공격하는 기마법을 개발, 연승해 유럽을 정복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그 식민지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프랑스 기마법을 따르게 됐고 이것이 마차와 자동차까지 이어졌다는 설이다.

◆마차 기원설

마차가 대중교통 수단이던 시절 마부는 항상 오른쪽에 앉았다. 마주 오는 마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좌측 통행이 유리했다. 프랑스에서도 처음엔 마차가 좌측 통행을 했으나, 프랑스 혁명 이후 바뀌었다. 귀족 계층이 타는 마차가 도로 좌측에서 빠르게 달렸지만 농민이나 평민은 도로 우측에서 서행을 했기 때문이다. 혁명으로 귀족 계층이 몰락하면서 모든 마차가 우측 통행을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 마차의 우측 통행에 관한 규정은 1794년 파리에서 처음 도입됐다.

영국의 좌측 통행 기원에 대해서는 다른 설도 있다. 17세기 초 영국 런던과 지방을 잇는 유일한 교통로였던 런던교는 집과 상점, 오가는 사람과 마차로 복잡했다. 당시 런던시장이 "시내로 들어가는 마차는 강 상류 쪽(왼쪽), 나가는 마차는 하류 쪽으로 진행하라"는 런던교 통행 원칙을 선포했다. 이것이 영국 최초의 교통법규로 각국에 퍼졌다는 얘기다.

조문호기자

♠ 왼쪽? 오른쪽?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이후 미군의 영향으로 우측 운행을 한다. 건널목 등 보행자가 걷는 방향도 요즘은 오른쪽이다. 그러나 과거에 한국인들은 차량 운행 방향과는 반대로 '좌측 통행'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처음 통행법이 만들어진 건 1906년. 이때는 자전거나 인력거는 왼쪽으로 다니고 사람은 오른쪽으로 다니게 돼 있었다. 그러나 1921년, 처음으로 보행자 좌측 통행제가 시작됐다. '우측 통행하는 일본 사람에게 방해가 된다며 조선 사람만 좌측으로 다니게 했다'는 것이다.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민단체도 있다. 우측보행 국민운동본부는 ▷좌측통행이 오른손잡이가 많은 인간의 신체특성에 맞지 않고 ▷차와 마주 보고 걸으면 긴급한 순간 차량을 피하기 쉬워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우측통행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우측보행으로 바꾸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했다. 지난 7월 국토해양부 자문위에서는 '매우 타당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황덕수 본부장은 "우측통행시 교통사고 사망률이 20% 이상 줄고 좌측보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5%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 우측통행화 작업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철도는 좌측 통행이다. 철도를 일제시대에 받아들였기 때문. KTX 또한 현재 좌측으로 운행된다. 서울의 지하철 4호선의 경우 흥미롭다. 남태령 이북에서는 우측 통행을 하던 4호선이 선바위 이남에서는 좌측 통행을 하기 때문. 이는 4호선을 우측 통행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한국철도공사에서 만든 좌측 통행 과천선을 만들기 위해 남태령과 선바위 사이에서 터널을 한번 꼬아 만든 '꽈배기 굴'을 만들면서 벌어진 결과이다. 이 공사로 인해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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