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가를 이루다]카메라수리 달인 김동원씨

1977년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은 당시만 해도 귀중품이었던 카메라를 실컷 만지면서 배우고 싶어 집안 형이 운영하던 카메라 A/S점에 취직한다. 도제식 카메라 수리방법을 익혀가던 가운데 한번은 형이 수리가 도저히 불가능해서 창고 한 구석에 뒀던 아날로그(기계식)카메라 5대를 내밀며 "맘껏 고쳐보라"고 했다.

그날 이후 32년이 흐른 2009년. 청년은 셔터 깨나 눌러봤다는 사람이라면 카메라가 고장 났을 때 제일 먼저 찾는 카메라 수리의 달인이 됐다.

"기종이 나이카M3로 기억하는데, 한 달 간 밤잠을 설쳐가며 씨름했죠. 나사하나까지 완전히 분해한 후 낡았거나 없는 부품은 선반업체를 찾아 새로 만들어가면서 기어코 작동이 되도록 고쳐놨습니다." 처음 한 개를 고치면서 자신감을 얻고, 나머지 '수리불가' 기종들도 자연스레 작동 가능한 카메라로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디지털 동성 캐논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동원(52)씨. 인생의 6할이 넘는 시간을 카메라와 함께한 그는 '카메라 수리라면 동성의 김사장'이라고 불릴 만큼 업계에선 원로급에 속한다.

"처음엔 카메라에 대한 체계적인 수리법도 없었죠. 그저 선배들이 일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며 하나 둘 익혀갈 뿐이었죠.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름대로 최고가 되겠다는 집념은 갖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기계의 해제와 조립엔 소질이 있었던 점도 한 몫 했다. 정밀하고 작은 부품을 다루는 카메라 수리가 그의 적성과도 딱 맞았던 것.

그렇게 8년을 지냈다. 패트리7S·케논데미·니코마트·니콘FM과 구조가 복잡하고 수리하기가 까다로운 독일제 칼자이스니콘·콘탁스 등 웬만한 아날로그카메라는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제품처럼 기능했다.

"고장 난 카메라는 딱 보면 뭐가 잘못 됐는지 알 정도가 됐죠. 주로 충격에 의한 고장, 필름레버, 셔터박스의 기능이상이 많았습니다." 독립은 더부살이부터 출발했다. 옛 한일극장 옆 카메라 숍이었던 '뉴서울양행'의 한 구석이 일터였다. 요즘말로 '숍인숍'인 셈이다.

'수리를 잘 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떤 때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쓰던 구닥다리 카메라를 들고와 촬영하고 싶다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카메라를 완전 분해해 먼지와 낡은 부품을 갈아 끼우는 등 어쨌든 작동할 수 있는 카메라로 변신시켰다. 보통 작업은 한 번 자리에 앉으면 4~5시간이 걸렸으며 무엇보다 꼼꼼하고 재고장이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휴일에도 쉬지 않고 완벽하게 수리를 해놓고서야 퇴근을 했다. 가게는 일감이 밀려들었다.

2000년 들면서는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수리 개념이 또 다른 기종들. 당시 김씨는 캐논카메라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의 추천으로 홍콩에서 3개월간 수리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이미 그는 카메라에서 좋은 영상을 얻으려면 렌즈의 역할이 중요함을 간파하고 틈틈이 독학으로 카메라 렌즈와 관련된 일본 전문잡지를 보며 카메라의 구조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항상 고장의 소지를 안고 있지만 아날로그카메라가 날씨와 상관없이 작동되는 매력적인 발명품이라면, 디지털카메라는 인터넷 네트워크와 연계해 일상생활에서 아무 부담 없이 추억의 장면을 담고 이를 친구나 가족들에게 메일도 전송,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반면에 디지털카메라는 충격과 접속불량, 습기와 정전기에 약한 단점이 있다. 특히 디지털카메라는 카메라 픽셀과 모니터픽셀이 맞지 않아 화면이 선명하지 못하거나 포토샵 작업 후 핀이 들려지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디지털카메라를 수리할 때 데이터가 저장되는 과정에서 색감과 광도의 미세한 차이나 렌즈 해상도에서 비롯된 화질의 낙후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더부살이로 시작한 수리가게가 직원 7명을 둔 메이저 카메라회사의 전문 수리센터로 확장된 현재, 그의 가게가 월평균 수리하는 카메라 수는 1천200~700여대. 이 가운데 디지털이 95%, 아날로그가 5%를 차지한다. 수리에 난감을 표하거나 고가의 부속교체를 건의하는 직원이 있을 땐 직접 나서 카메라를 수리하고 되도록이면 적은 비용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게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무작정 좋아 카메라와 인연을 맺었던 청년은 이제 본인 소유의 아날로그카메라만 30대를 갖게 됐다. 그 중엔 수명이 80년이 된 콘탁스카메라도 있다. 또 그의 창고엔 폐기된 아날로그카메라와 부품을 모아 놓은 사과상자만도 40여 박스나 된다. 시중에 없는 아날로그카메라의 수리 의뢰가 들어오면 박스를 뒤져 해당 부속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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