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미루지 말자

중·고교 시절, 방학이 시작되면 동그란 종이에 컴퍼스로 원을 그려놓고 일어나는 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빼곡히 할 일을 적어 놓곤 했다. '방학 때마다 이번 방학엔 좋아하는 책들을 꼭 한번 읽어야지, 그야말로 보람차게 보내야지'라며 다짐을 하고 무슨 의식처럼 가장 먼저 계획표를 만들곤 했다. 그렇게 정성 들여 그려놓은 계획표는 한결같이 방 안을 장식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방학이 끝날 때쯤 살펴보면 계획은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마지막 날 밤 새워 방학숙제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해맞이를 한 지가 어제 일 같은데 1월도 벌써 열흘쯤 남았다.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라는 말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새해 다짐을 했건만 아직 실천이 잘 되질 않는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인데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하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곤 한다.

미루기를 잘하는 사람은 제때 일을 처리하는 사람보다 스트레스에 더 시달리며 감기 등에도 더 잘 걸린다는 뉴스도 있다. 미루기가 습성이 된 사람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제대로 받지 않아 병을 키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계획표를 엑셀로 만들어 얌전히 책상머리에 붙여두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계획대로 잘 실천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묘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짓는데 그 것만 봐도 나름 상상이 간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풍요와 사랑이 넘치는 삶을 추구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자기가 계획한 바대로 묵묵히 밀고 나가면 최소한 자기 자신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계획표와 더불어 '계획한 바를 반드시 이룰 수 있으리라'고 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 또한 중요할 것 같다.

노먼 빈센트 필 박사는 '적극적 사고방식'에서 어렵고 힘들 때 누가 더 강하게 적극적인 생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이 있을 때에도 '기적을 기대하기 시작하면 내 마음이 곧 기적'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믿음의 크기만큼 두려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간절히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미래에 다가올 행복의 가치를 현재 느끼는 행복의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행복은 미래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살기보다는 이미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 않은가. 주위 사람들에게 생각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에게도 행복하다고 말해보자.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인 버나드 쇼가 시골집에서 숨을 거두기 전 스스로 남긴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마음속에 새기며 '미루지 말자'를 다시 다짐해본다.

정명희(민족사관고 1학년 송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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