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좌익 혐의로 군경에 의해 학살된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배상판결이 나옴에 따라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재판장 지영철 부장판사)는 10일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숨진 장모씨의 아들 등 유족 50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는 유족들에게 51억4천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자를 포함하면 200여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1950년 7~9월 보도연맹 사건으로 수천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경북지역 유족 단체들도 집단 소송을 검토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대구 가창골, 월배 본리골,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 광산 등이 대표적인 학살 장소였다.
이광달(67·동구 각산동) 대구유족회장은 "당시 20~30명씩 태운 트럭들이 하루 10여대씩 한달 반 동안이나 사람들을 가창골로 실어 날랐다고 들었다"며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구에서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돼 숨진 사람이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950년 8월 당시 여덟살이었던 이 회장은 보도연맹에 가입했던 어머니를 가창골에서 잃었다. 의사·문인으로 이름 높던 선친 이원식(1978년 작고)은 1960년 '대구지구 피학살자 유족회'를 조직, 보도연맹 사건 진상조사 활동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5·16 이후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 회장은 "현재 소재가 파악되는 대구 유족 회원은 50여명 정도이고 대부분 70, 80세 고령"이라며 "이들의 억울함을 국가가 하루빨리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산코발트광산 피해 유족회 이태준 회장은 "배상 금액이 적지만 첫 배상 판결이 이뤄졌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며 "경산유족회도 대응 방안을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산시 평산동 코발트 광산에서는 1950년 7월에서 9월 초까지 대구와 영동 등 형무소 수감자와 경산·청도지역 국민보도연맹원 등 3천500여명이 집단 학살됐다. 2001년부터 최근까지 450여구의 시신이 수습됐지만 지금도 유해 발굴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산유족회 측은 전국 각지의 유족회가 결집해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전반에 대한 배상을 골자로 하는 '배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하거나, 유족회별로 개별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 중에서 효과적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진실화해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진상조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으며 오는 8, 9월쯤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될 것으로 안다"며 "회원들이 고령이어서 하루빨리 결론을 내리고 배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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