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나바다 생활]외국의 벼룩시장

벼룩시장(Flea Market). 사전적 해석은 중고품을 파는 만물 노천시장을 말한다. 19세기말 서양에서 생긴 간이 시장으로 벼룩이 들끓을 정도의 고물을 판다는 의미이다. 벼룩시장은 어느 나라에도 있지만 처음 등장한 나라는 프랑스. 프랑스의 대표적인 벼룩시장은 파리의 '포르트 드 클리냥크로'로 매주 토~월요일에 열리며 이전엔 정식 시장 옆에 장이 섰고 지금도 노천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으며 저소득층과 특정 수요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이후 고물상들이 모였던 서울 청계천8가 고물시장도 벼룩시장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옛날의 삼지창을 비롯해 호랑이 잡던 덫, 엿장수 가위, 낡은 요강, 족두리 같은 골동품부터 중고 전자제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곳으로 개미시장, 만물시장으로도 불린다.

◆파리의 벼룩시장 풍경

잔뜩 찌푸린 날씨에 공기마저 음산한 파리의 한 지역. 기원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가방·신발·의료·장신구 등 생활필수품부터 의류·접시·유리잔·은식기 등 앤티크 제품들이 구매자들을 기다린다. 고서적과 낡은 LP판도 눈에 띈다. 영화나 잡지 등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하고 사치스런 유럽의 선진국의 생활상이라곤 간 데 없고 사람의 표정과 삶은 오히려 검소하고 순박한 것처럼 보인다. 가격흥정을 벌이는 벼룩시장의 모습은 사람 사는 정이 물씬 풍기고 손때 묻은 물건들은 추억을 되새기며 정겨움을 교감하는 매개체가 된다. 중고나 남이 쓰던 물건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네 정서와 달리 검박한 유럽인들의 알뜰한 재활용정신이 벼룩시장의 활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현재 파리의 벼룩시장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세계의 유명 벼룩시장

뉴욕의 아넥스키친 마켓은 이곳의 최대 벼룩시장으로 손꼽힌다. 즐거운 상인들의 표정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으며 직접 수집한 그림과 골동품, 오래된 음반과 사용하던 부츠 등 센스 넘치는 물건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런던 동쪽에 자리한 '브릭레인 마켓'은 일요일에만 열린다. 식료품과 생활 잡화, 중고상품 등을 파며 워낙 규모가 커서 구경만 해도 하루 해가 간다. 특히 쫄깃한 베이글이 유명한 먹을거리이다.

베를린의 알디 디스카운트 마켓은 '아끼는 게 제일'이라는 독일인의 취향에 곡 맞는 벼룩시장이다. 잘 정돈된 상설시장과는 거리가 먼 창고형 마켓이지만 가격이 싸고 다양한 물건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밀라노의 '파피니아노 마켓'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며 의류·소품·문구류 등을 취급해 밀라노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도쿄의 '요요기 플리마켓'도 관광명소가 될 만큼 인기가 많고 없는 게 없는 별천지 세상이다. 개성 있는 주인들의 독특하고 소장가치 높은 물건들이 많아 잘 고르면 싼값에 횡재할 수도 있다. 열리는 날은 일정하지 않다.

새벽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열리는 멜버른의 '캠버웰 마켓'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유니크한 물건을 좋아하는 구매자라면 만족할 만 한 곳이다. 곳곳에서 예술가들의 거리 퍼포먼스도 즐길 수 있다. 블로그 '싱글이 즐겨 찾는 세계 벼룩시장' 참고.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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