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카레라스 그리고 백건우

· 호세 카레라스 초청 연주회/10일/천마아트센터

· 백건우와 김태형, 김준희 김선욱/14일/대구학생문화센터

지난달 28, 29, 30일 3일 동안 영남대학 개교 6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적인 공간으로 완공된 천마아트센터가 문을 열고 개관 기념공연으로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하였다. 슈트라우스의 명작 박쥐의 공연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필자부터도 더 관심이 가는 점은 천마아트센터 건물과 공연장 구조였다. 경사도를 다소 높이면서 1천899석 규모의 공연장이 2층 상층부까지 무대가 매우 가깝게 보이도록 설계된 점이 마치 유럽의 어느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며, 울림도 좋아서 공연장 어느 자리에서라도 음악과 무대의 상황을 즐기기에 넉넉했다.

대구, 경산권의 1천5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역사를 대략 살펴보면 1975년 10월 대구 시민회관(1천618석)이 완공되기 전에는 계명대학교(대명동) 대강당이 대구의 음악 공연장을 대표하였었고, 그 후 1980년대에 경북대학교 대강당이 대구에서는 가장 큰 공연장이었고, 1990년 5월 문화예술회관이 개관되었고, 2003년 5월에는 학생문화센터, 2003년 8월 오페라하우스, 2004년 5월 동구문화체육회관, 2007년 5월에 수성아트피아, 그리고 지난해 1천955석 규모의 계명아트센터가 개관한 데 이어 28일 천마아트센터가 문을 연 것이다. 대학의 공연장이 사회의 문화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음대 역사(사범대 시기 포함)가 30년이 넘도록 종합적인 공연 공간 하나 없었던 영남대학으로서는 특히 기념할 만한 일일 것이며, 대구의 문화 공연계로서도 스스로 축하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기할 만한 점은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한 이래 거의 대부분의 공연장들은 오페라를 포함하는 대형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홀로 만들어지고 있는 점이며, 천마아트센터 그랜드홀 또한 오페라 전용 극장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다목적홀로 지어졌음이 현대의 예술이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종합예술화 되고 있는 현대적 현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개관기념 공연에는 당연히 기대할 만한 기획 연주들이 있다. 특히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픈 공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3대 테너로 불려 온 스페인의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 초청 연주회이다. 10일 오후 6시 천마아트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릴 이번 공연에서는 영남대 출신의 소프라노 이정아씨가 카레라스의 파트너로 노래한다. 지휘는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지휘자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히메네스이며, 메조 소프라노 피오나 켐벨과 유라시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연주자와 같이 호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어느 장소에서 누구 또는 어떤 공연단체의 공연을 즐기는지에 따라서도 의미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조금 일찍 공연장에 도착하면 탁 트인 대학 캠퍼스의 싱싱함도 즐길 수 있고, 콘서트홀과 전시장 등 센터의 건물 구석구석도 눈으로 더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저히 놓치기 아까운 연주회 하나를 더 소개한다면 14일 대구학생문화센터가 기획한 마에스트로 백건우와 그가 선택한 차세대 피아노 스타 3인의 만남이 풀어내는 '백건우와 김태형, 김준희 김선욱'의 네 대의 피아노, 352개 건반 위에서 춤추는 40개의 황금 손가락. 네 대의 피아노, 네 명의 피아니스트, 네 배의 감동. 프로그램은 8개의 손을 위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비롯한 미요, 라흐마니노프, 라벨의 작품 등이 연주된다. 즐거운 기대감이 필자의 내면에 미동을 일으킨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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