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당연히 불편했죠. 하지만 습관이 되니까 물도 절약하고, 돈도 아낄 수 있으니 좋지요."
주부 백금숙(46)씨 집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일이 없다. 수도 밸브를 반쯤만 돌려 물줄기를 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수나 설거지를 할 때 물을 틀어두지 않고 큰 바가지에 받아쓰는 건 기본이다. 세탁기에서 나오는 물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다용도실에 있는 세탁기의 배수 호스 끝에 대야를 뒀다가 걸레를 빠는 데 쓴다. "세제가 녹은 물이니 비누칠을 할 필요가 없어요. 세제와 물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으니 1석 3조인 셈이죠."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도 버리지 않고 프라이팬의 기름기를 지우는 데 쓴다. "세제로 닦으면 아무래도 찜찜하니까 여러 번 물에 헹구게 되거든요. 그런데 밀가루로 닦으면 기름기도 잘 지는데다 여러 번 헹굴 필요가 없으니 더할 나위 없어요."
대구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5단지의 요즘 화두는 '물 아끼기'이다. 올 초 이 아파트 부녀회와 수성구청이 '탄소포인트' 제도 시범실시 협약을 맺고 '에너지 사용 줄이기'에 나선 덕분이다. 탄소포인트 제도는 가정이나 상업시설,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 감축분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활동. 1년 뒤 전기·수도 등의 사용량 감축 실적에 따라 공공시설 이용권, 재래시장 상품권, 사회봉사실적 인정 등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이 아파트 298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운동인 탄소포인트 제도는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 2월 두 달간 298가구가 사용한 수돗물은 1만2천48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천904t에 비해 424t(3.3%)이 줄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2만8천960원(t당 540원 기준)을 아낀 셈이다.
장태숙(45·여)씨 가족들도 물 절약이 생활화됐다. 장씨 가족들은 샤워기를 잘 틀지 않는다. 머리를 감을 때도 큰 대야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퍼서 사용한다. 양치질을 할 때는 컵에 물을 받아 사용하고 칫솔도 씻는다. 이런 방법을 쓰면 사용하는 물이 한 컵을 넘지 않는다. 화장실 변기 물탱크 안에는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을 담가둔다. 물 1.8ℓ를 아낄 수 있는데다 벽돌보다 위생적이다. 장씨는 "다른 집에서는 관리비가 15만원씩 나오지만 우리집은 11만원 정도"라며, "처음엔 '왜 이래야 하느냐?'며 불평하던 아이들도 이제 알아서 수도꼭지를 잠근다"고 뿌듯해 했다.
주민들은 "굳이 돈 들여서 절수장치를 사지 않아도 생활 습관만 바꾸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모이고 모여 큰 절약이 된다는 것. 백씨는 "물 절약이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자녀와 이웃들에게 끊임없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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