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STRUGGLE'(고투)전 영천 시안미술관/~8.30

박용진 작
박용진 작 '학교 스케치들'

예술 양식은 흔히 개인을 넘어서는 시대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결국 창조적인 개인들이다. 그런 개성들이 있지 않고서는 당연히 새로운 미술사로의 진전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한 시대의 예술적 성격이나 내용이 소수의 몇몇 천재나 뛰어난 개인들의 재능에만 맡겨져 있지는 않다. 오늘날 예술계에 팽배한 상업주의가 여전히 소수의 개인 신화나 스타 작가의 출현만을 좇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진정한 예술적 대안은 언제나 집념과 열정을 지닌 다수의 성실한 작가들에게서 발견된다.

그들 대부분은 명성과 무관한 채 투쟁과 헌신이란 말과 어울리는 삶을 산다. 밖으로는 억압이나 편견, 고정 관념과 맞서고 안으로는 자신의 한계와 부닥쳐야 하는 그들의 작품은 우리를 달래거나 위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안겨줄 때가 많다. 자신들의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려는 모든 창작은 내면과 대결하는 고독한 싸움이며 결국 소통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는 갈등적 상황에 놓여 있다.

영천 시안 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Struggle-이상을 향한 6인의 고투' 전은 각기 다른 조형상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여섯 작가들의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먼저 1층 전시실에서는 드로잉 작업에 기초를 두고 매체의 영역을 넓혀 나간 세 명의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소묘를 독립적인 소품으로 발전시켜 판화나 유화 작업으로 확대해간 박용진은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리얼리티의 재현에 충실하려고 하면서도 새로운 형식의 모색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콜라주와 오브제를 이용한 책(artist book) 작업을 내놓은 최성규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고 설명하는 초현실주의자의 열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김미련은 인간 관계에 대한 일관된 탐구를 애니메이션과 영상 설치 등의 작업으로 보여준다.

2층 전시실의 유명수는 풍경을 주 소재로 자연의 가치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데 진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구상 작업을 재현 방식의 진부함이란 편견에서 구해내 자연의 직접적인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표현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3층 전시실에서는 신종태와 김정희 두 작가의 대조적인 작업들을 통해서 추상 미술이 가진 자유로운 형식미와 강력한 표현성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의 아름다운 환경과 산뜻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이 수많은 난제들과 부딪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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