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대청마루에 해가 머물러 있다」/ 문태준

대낮 대청마루에 아버지의 늙은 심장이 누워 있다

한때는 토란잎에 젖는 가늘은 여름비의 숨결이었으나 젖은 불 들어가

는 소리가 아버지의 가슴께로부터 흘러나온다

아버지는 꿈에서 지게를 지고 아슬아슬한 이녘의 논둑을 건너가고 있

나보다

내가 바라보는 동안은 늙은 심장 위에 아직 해가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옮아 간다는 눈치였다

대청마루 언저리가 설핏설핏 서늘한 그늘에 젖었다

욕망이란 모두 타자의 것이란 분석에 따르자면, 해는 언제까지나 싱싱할 것이고 심장은 그렇지 못하니 비극이 탄생한다. 넓은 토란잎은 표면의 작은 돌기 탓에 물방울이 묻어도 잘 굴러떨어진다. 그게 아버지의 숨결로 바뀌면서 은 아주 고르고 규칙적으로 바뀐다. 금방 그 아버지의 숨결은 로 바뀐다. 끝에는 아버지의 천식이나 해소가 있고, 그 때문에 아버지는 는 꿈을 자주 꾼다. 그 꿈의 주체는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를 꿈꾸는 주체는 바로 서정적 화자이므로 그 이중의 꿈은 슬프다. 아버지는 지금 죽음의 몇 발 앞에 그르렁 숨소리를 몰아쉬고 있다. 다시 그 모든 것은 들기름이 잘 먹은 있다. 그러니까 이곳에는 맑은 대청마루와 해와 늙은 아버지와 어떤 숨결 등이 한 보자기에 수놓은 문양처럼 모여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