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대구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28)씨는 요즘 한숨만 내쉬고 있다. 최근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소식에 하반기 취업문이 열릴 것을 기대했지만 뚜껑을 연 채용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 그나마 꾸준히 신규인력을 채용하던 공공기관마저 올 하반기에는 채용을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였다. A씨는 "지역엔 대기업이 없어 지역 대학생들은 고용이 안정된 공기업을 선호하는데 이마저도 문턱이 높아져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더 좁아진 바늘 구멍
취업시즌이 다가왔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올 하반기도 실업 한파에 시달리게 됐다. 대졸자나 졸업을 앞둔 재학생들의 눈높이는 대기업, 공기업 등 보수가 많고 고용이 안정된 쪽에 맞춰져 있으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지역 취업포털사이트 '코잡' 최정호 총괄본부장은 "경기회복 기대감에 대기업 경우 전반기보다는 하반기 채용시장이 약간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역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공기업은 올 하반기에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어 지역에서는 유례없는 청년실업 한파를 맞을 것 같다"고 했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자산규모 5조원 이상 20개 대형 공공기관 중 신규직원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3곳뿐이다.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채용을 진행 중이거나 합격자 발표만 남겨두고 있어 하반기를 노린 공기업 취업 준비생이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기업은행(200명)이 유일하다.
대기업들도 당초 계획보다는 채용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소폭'에 그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정부 주도로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청년 인턴 대부분이 하반기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학들 취업률 높이기에 '올인'
좁은 취업문 때문에 대학을 졸업해도 10명 중 4명은 실직자가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는 3만1천239명이지만 취업자는 1만8천568명에 그쳤다. 졸업자의 59.4%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셈이다. 그나마 정규직은 1만2천773명으로 취업자의 68.8%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비정규직(5천357명)이나 자영업(438명)이었다. 이들 중 대기업 취업자는 3천327명(18%)에 그쳤고, 열악한 지역 고용사정으로 7천242명(39%)은 서울, 경기 등 다른 지역에 취업했다.
지역 대학들은 대학본부 차원에서 취업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로 향후 지역에 관련 일자리가 쏟아질 것으로 판단, 인재양성을 통해 이를 선점하려는 대학들이 많다.
계명대는 IT융복합의료기기 분야와 관련된 10여개의 학과들을 중심으로 인재양성에 집중투자할 방침이다. 이 대학 남재열 센터장(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로 앞으로 대구경북 지역이 의료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지역 산업구조 역시 이 방향으로 개편될 경우 신규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미리 이 분야 1천200여명의 고급인력을 양성해 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남대 경우 향후 5년간 660억원을 투자해 '그린'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그린산업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이 분야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린에너지 연합전공'(가칭)을 신설해 그린에너지산업과 관련된 융·복합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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