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자, 손녀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아침마다 아이들 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
박영기(65·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할아버지는 요즘 아침마다 단장을 한다. 하얀 머리카락을 까맣게 염색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입는다. 매일 아침이면 달서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맞기 때문이다. 박 할아버지는 "혹시 신호를 위반한 차들이 끼어들까 신경을 늦출 수 없지만 아이들을 보호하며 용돈까지 버니 너무 보람된다"고 했다.
대구 달서시니어클럽이 이달 초부터 운영하고 있는 '실버 횡단보도 안전지킴이' 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업비 2억3천여만원으로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시작부터 400여명의 지원자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주 4일 일하면 20만원의 벌이가 생기는 것도 매력적이다.
달서시니어클럽 관계자는 "달서구에 있는 횡단보도 100여개에 65세 이상 노인 230명이 아침마다 나가 등굣길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며 "손자 같은 아이들을 돌본다는 마음에 너도 나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조(66·달서구 감삼동) 할아버지는 "안전지킴이 일을 시작하고부터 9세 난 손녀에게 용돈까지 줄 수 있고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어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등굣길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했던 학부모들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대부분 학교가 개학하면서 '실버'들의 활약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학부모 이지영(37·여·공무원)씨는 "찻길이 위험해 아침마다 초등학생인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는 것이 일과였는데 어르신들이 나오면서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부 김지연(39) 씨는 "아침마다 어른들이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안전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달서시니어클럽 류우하 관장은 "시니어클럽과 구청, 경찰서 간 상호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인들에게 보행자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전문성을 갖춘 실버 횡단보도 지킴이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행자 사고 중 도로 횡단보도 사고가 전체 보행자 사고의 62.4%를 차지할 정도로 횡단보도 사고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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