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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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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을 자랑했던 수메르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설형문자를 발명하고 12진법과 60진법, 태음력을 맨 처음 사용한 것도 그들이었다. 우리나라 서민들이 좋아하는 소주(燒酒)도 그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현재와 비슷한 소주는 페르시아에서 나왔지만 소주의 원조인 증류주를 만든 것은 수메르인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원(元)으로부터 증류주가 들어왔다. 당시 독특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값이 비싸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조선 말에 이르러 대량생산으로 대중화됐고 1916년에는 전국의 양조장이 2만8천404곳이었다. 특히 60년대 중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값을 올리지 못하게 해 소주는 서민의 술로 자리 잡았다. 1964년 통계에 따르면 당시 전국 소주 생산 공장이 565곳이었고, 유명 소주만도 진로, 명성, 삼학 등 10여 개에 이르렀다.

소주의 도수는 65년 30도에서 74년부터는 25도로 바뀌었다. 90년대 초에는 20~23도 소주가 나왔으나 25도 소주에 길든 소비자의 입맛을 돌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웰빙 바람이 불면서 2006년 20.1도, 2007년 19.5도, 올해 초에는 18.5도까지 낮아졌다. 반면 부산에서는 2006년부터 무학과 대선주조가 각각 16.9도, 16.7도짜리로 젊은 층 고객 잡기 경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롯데가 가세했다. 양 소주의 중간인 16.8도 소주를 출시한 것이다.

소주의 도수가 이렇게 낮아지는 데에 대해 서민 주당(酒黨)은 불만이다. 2007년 처음 20도 아래로 내려갔을 때가 최고조였다. 도무지 싱겁고 밍밍해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25도 때는 한 병을 마시면 적당히 취할 수 있었는데 2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 병으로 부족해 주머니 사정에 부담을 줬다. 당시 애주가들은 도수를 낮춘 것은 소비량을 늘려 매출을 올리려는 회사의 장난이라고 툴툴거리기도 했다.

전국 판매망을 가진 롯데가 16도대의 소주 시장에 뛰어든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롯데 측은 여성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순한 소주의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관련법이 허용하고 있는 17도 이하 주류의 오후 10시 이후 TV 광고를 겨냥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때아닌 순한 소주 논쟁이 어떻게 결말 날지 궁금하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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