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화북면 산자연학교(교장 정홍규 경산성당 주임신부) 어린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해맑고 밝은 표정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학교에 더 가고 싶어한다. 친구들을 만나 정을 나누고 힘든 일은 서로 도와 함께 해결한다.
전교생 28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 가족처럼 지낸다. 따돌림이나 편견이 없어 장애아도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참여한다. 개학 첫 수업인 '말과 글'시간에 8명의 학생이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 선생님인 정홍규 신부의 질문에 답하며 함께 진행한다.
책이나 공책은 물론 필기도구도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며 스스로 의미를 찾아낸다. 끝말잇기 게임으로 수업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정 신부가 "말은 창의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표현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어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발표한다. 정 신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똑똑히 밝힌다. 아이들은 '무릎팍도사' 같다며 깔깔댄다.
숙제는 구약성경 잠언서 중에 말에 대한 내용을 다음 수업시간까지 정리해오는 것.
정 신부는 "언어철학이 20세기에 생겼지만 기원전 2천년경에 이미 말에 대한 중요한 표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서 없이 진행하는 수업이지만 중간에 상당히 수준 높은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대안학교인 산자연학교는 현재 3학년에서 7학년까지 주당 29∼32시간 수업을 하고 있다. 과목도 말과 글, 우주, 수, 실험, 몸과 마음, 외국어, 사회, 철학, 연극, 음악, 미술, 탐방, 공예, 텃밭가꾸기 등 다양하다.
산자연학교 학생들은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학교 곳곳에 있는 텃밭에서 가지, 호박 등 각종 채소를 직접 길러 반찬으로 활용하며 우리땅에서 나온 유기농 먹을 거리로 생명의 밥상을 차린다. 육식보다 곡식과 채소 위주의 간소한 식습관을 생활화하고 있다.
대구, 서울, 부산, 수원, 밀양, 영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협동심도 키워가고 있다. 입시위주의 일방적인 교육이 싫어서 온 학생들이 많다. 대구 수성구의 중학교에 다니던 자녀를 전학시킨 한 학부모는 "친구들을 챙겨주는 산자연학교 학생들의 마음씨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산자연학교는 생명, 생태, 평화사상을 기본이념으로 지구 생태계의 파괴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2003년 설립된 오산자연학교를 모체로 하고 있다.
학교를 설립한 정홍규 신부는 "우리 아이들이 경쟁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꿈동산으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자연학교는 인도 오로빌, 일본 학슈, 독일 프라이부르크 자연학교, 미국 뉴저지 창세기농장, 필리핀 바기오 지구체험학교 등과 교류를 통해 운영경험을 공유하며 아이들의 국제적 감각을 키워가고 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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