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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님 그린 상사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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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그린 상사몽이

박 효 관

님 그린 상사몽(相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추야장(秋夜長)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볼까 하노라.

"임을 그리워하는 내 사랑의 꿈이 귀뚜라미 넋이 되어서/ 기나긴 가을밤에 임의 방에 찾아들어/ 나를 잊고 깊이 잠들어 있는 임을 깨워볼까 하노라."로 풀리는 시조다. 상사몽, 실솔, 추야장 같은 한자어들이 묵직하게 느껴지게 하지만 그 뜻을 풀면 애절해진다. 임을 그리워하여 꾸는 꿈이 얼마나 안타까우며, 가을을 가을이게 하는 귀뚜라미 울음은 또 어떤가. 임을 그리워하며 지새야 하는 가을밤은 또 얼마나 안타까운가.

이 작품을 남긴 박효관(朴孝寬)은 가객이었다. 조선 3대 가집 중의 하나인 '가곡원류'를 제자 안민영(安珉英)과 함께 편찬했다. 노인계(老人契)와 승평계(昇平契)라는 가단을 조직하여 활동하였다. 그에 비해 남긴 작품은 가집에 그의 작품으로 표기된 작품이 있으나 시풍이 다른 것까지 합쳐서 15수에 불과하다. 생몰 연대도 분명하게 밝히기 어렵다.

사대부 시조는 사랑을 노래한 경우가 흔치 않다. 그러나 박효관은 전문 가객답게 사랑을 절절하게 노래했다. 당시엔 사랑이 인간의 고귀한 본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꺼렸고, 미덕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겼다. 사랑의 감정을 체면, 혹은 체통이란 말로 덮고, 사랑엔 무심한 척 하고 사는 것이 사대부의 도리로 알았다. 오로지 기본 윤리인 충과 효만을 노래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오죽이나 임이 그리웠으면 가을밤 귀뚜라미가 되어 그의 방에 찾아들어 날 잊고 깊은 잠에 빠진 임을 깨우고 싶었겠는가. 이 간절함을 어찌 천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으랴.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게 되면 이렇게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고, 생각만으로도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 내 생각은 않고 잠만 자는 임이 있다면 깨우고 싶지 않겠는가.

근년에 젊은 연인들이 늦은 밤에 전화로 "내 꿈꿔" 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누구라도 깜찍하게 느꼈을 것이다. 나이든 어른들도 그 발랄함을 은근히 부러워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가버린 젊음을 안타까워하며 한숨 한 번 내쉬었을지도 모른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누군가에게 "내 꿈꿔"라고 전화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애절함이 아니라 감미로운 멜로디가 될 것이다.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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