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녀시대 열광하는 내남편 왜?

엉덩이 춤에 꺄~악, 윙크 한번 날려주면 정신 혼미

어느 날 남편은 TV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는 어쩔 줄 모른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곧 표정 관리가 안 된다. 중년 남성의 마음을 사정없이 빼앗아 버리는 TV속 여인들은 늘씬하고 깜찍한 그룹 '소녀시대'다. 그녀들의 귀여운 동작에 중년 남성들은 허물어지고, 엉덩이를 한 번 돌리면 마음마저 흔들린다.

걸(Girl)그룹 전성시대다. 어떤 그룹은 노골적인 섹시함으로, 어떤 그룹은 힙합으로 각팀의 개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유독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에 중년 남성팬들이 몰리고 있다. 아저씨 팬들은 이미 소시당(소녀시대당)의 중심이 되고 있고 멤버들의 생일을 챙기거나 팬 사인회에 떼지어 출몰하고 있다. 그들은 왜 그럴까. 그토록 점잖은 한국의 중년 남성은 무엇 때문에 소녀시대에 열광할까

# '지지지'는 불러줘야 경쟁력 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춤과 노래는 따라하기가 너무 쉽다. 2, 3일 정도 연습하면 몸치인 중년도 웬만큼 흉내낼수 있다. 70, 80년대 손가락 찌르기의 디스코 동작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사와 박자도 어렵지 않다. 계속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서 '지지지' 한 번으로 중년 남성들은 여직원들의 '오빠'가 돼버린다. 평소에는 '배불뚝이 고리타분한 상사'라고 놀리던 그녀들의 입에서 " 너무 멋져요. 어머 너무 세련이야. 완전 신세대야"란 말이 절로 터져나온다.

소녀시대의 노래 한방으로 중년 남성들은 진취적이고 세련되며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않는 남성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줄 수 있다. 심지어 경쟁력있는 남성으로 부각되기까지 한다. 40대 초반의 회사원 나원일씨(가명)는 "소녀시대의 노래와 춤을 추면 감각있는 상사로 인정받는다. 노래 하나로 그들과 호흡할 수 있고 통하는 멋진 상사가 되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 아내 앞에서도 '너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다.

소녀시대는 딸같이 귀엽고 예쁘다. 어떻게 보면 젊은날 가슴 설렌 여대생 같다. 꽉 쪼인 스키니진을 입고 터질듯한 젊음으로 엉덩이를 흔들어대면 섹시하다. 그런데 그 섹시함이 결코 어둡거나 엉큼하지 않다. 순진무구하게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모습이 꼭 딸처럼 귀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릴 만큼 섹시하다. 그런데 그녀들의 섹시함은 칙칙하거나 은밀하지 않다. 밝은 섹시함이랄까. 그것 때문에 중년의 남성들은 마음놓고 소녀시대 팬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엉큼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녀시대의 이미지가 엉큼하고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의 한 남성은 " 늘씬하고 예쁜 것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젊음이 느껴져 좋다. 다른 섹시한 연예인들은 아내 앞에서 드러내 놓고 좋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소녀시대는 마음껏 아내 앞에서도 좋아한다고 말할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녀들의 섹시함이 야하지 않고 귀엽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중년의 그들은 아내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소녀시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 회춘하는 느낌이다.

50대 한 남성의 말이다. "소녀시대를 보노라면 아저씨를 벗어나 다시 젊어진 느낌이다. 앙증맞은 표정이나 동작을 보면 젊은 날 내 인생의 한 귀퉁이를 다시 들춰내는 묘한 느낌이 있다. 아마 눈에 익은 춤과 노랫말 때문일 것 같다. 가삿말도 중년의 마초 기질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이상하게 중년의 기호에 맞는다"고 말한다.

10대들의 노래에 자신의 감각을 맞추거나 따라 할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세월을 돌린 느낌이다. 청춘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들을 보면 자신이 20대가 된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이유 모를 자신감도 든다.

40대 중년 남성은 " 대학 시절 내 청춘의 어느 한 모퉁이를 서성이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소녀시대는 나를 과거로 되돌려 놓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본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 정신과의원 원장은 "중년 남성들은 호르몬의 변화로 감성적이고 센티멘털한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 여기에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라는 인식은 힘들게 살아온 지난 날을 아쉽게 하고 가버린 젊음을 다시 찾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진다.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중년 남성의 심리도 같다"고 분석한다.

중년 남성들이 젊은이들이 즐겨 가는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찾고 , 청춘의 전유물인 청바지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심리에 근거한다고 풀이한다.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것도 시간을 뛰어넘어 젊음을 상기시켜주고 젊음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의 하나라고 했다.

마치 일본 주부들이 한국 남자 배우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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