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공항활성화, 역점사업 성공의 첩경

하늘길 제대로 안 열리고 글보벌 시대 발전 공염불

참여정부 시절 대구경북인과 간담회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TK 푸대접에 대해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반박한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대구 간 KTX 조기개통이었다.

이 전 총리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KTX를 우선 운행케 한 것이 대구경북인의 교통편의 등을 감안한 정부의 큰 배려라면서 영남을 소외한다는 지역 여론에 대해서 섭섭함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총리 얘기대로 KTX 조기개통이 과연 지역에 큰 이득을 가져다 주었을까? KTX 이후 서울과 반나절 생활권을 가능케 하는 등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막상 대구로서는 고속철 개통 후 손익계산서를 따져 볼 때 오히려 붉은 글자 쪽이 가깝지 않나 느껴진다.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 있는 현실 아래서 경제와 의료, 교육, 문화 등 모든 부문이 '서울 블랙홀(Black-Hall)'에 빨려드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진 이후 서문시장 기능이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옮겨간 전철을 밟고 있지 않느냐 하는 우려도 있다. 예는 달리하지만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부산에서 한 시간 내에 접근이 가능한 대구를 굳이 영남권 거점센터로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대구본부기능을 부산으로 옮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이 대구지역본부를 부산으로 옮겨간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런 면만 볼 때 과연 육상교통의 편의성이 지역 업계에 특혜를 주었다고 말하는 이 전 총리의 시각에 무조건 동의만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고속철이나 고속도로 확충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 부정적인 부분을 상쇄시키고 얼마든지 플러스 요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 경제활동에 가장 큰 여건 중 하나인 하늘길이 대구는 제대로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항만 시설이 없는 내륙도시인 대구에서 항공편은 국내는 물론 해외로 나가는 관문인데 이 분야가 많이 낙후되어 있다.

KTX 이후 승객을 뺏긴 항공사들은 서울 운항편을 거의 철수했고 인천공항과 연결편수도 고작 하루에 한두 편 정도로 그치는 현실에서 해외 여행객들의 공항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국제선 연결망은 대구공항에서는 정말 한심하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일부 도시와 동남아 몇몇 도시에 취항하는 비행편이 있긴 하지만 국제선 부문에 대해서는 국제공항이라는 간판이 부끄러울 정도의 운항 편수나 취항 도시가 적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라보는 대구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오사카나 후쿠오카보다도 먼 오지의 도시로 떠오른다.

사정이 이럴진대 과연 바이어들이 베이징이나 오사카를 가지 않고 대구를 찾아오겠는가. 도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외국인도 날로 늘고 있을 정도이고 하루 만에 일본에 가서 비즈니스를 하고 돌아오는 요즘이 아닌가.

최근 김범일 대구시장이 공항활성화를 위해 해외 출장 공무원들의 대구공항 이용을 강력 지시하는 등 하늘길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대구는 2011년 국제육상선수권대회를 비롯한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조성,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유치 등 오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추진하고 있는 역점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반시설 조성, 행정편의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이 필수적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공로(空路)를 통한 교통편의이다.

모든 사업들이 외국인 또는 외국과 연계된 것으로 볼 때 해외 어느 도시에서도 대구를 쉽게 찾아오거나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만 대구가 추진하는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 적어도 한 시간 이내에 대구를 찾아올 수 있는 거점 국제공항이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덕도가 아닌 밀양 하남에 동남권 신국제공항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하고, 그 이전에라도 우선 대구공항 자체적으로도 활성화를 위한 저가 항공사 운항, 해외 노선 개설 등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국제공항 조성에 1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 전단계의 항공편 활성화는 시급하다. 하늘길 없는 대구발전은 글로벌(Global)시대에 사는 오늘의 시점에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조종수(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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