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7집 앨범 '뷰티풀 마이 라이프' 발표 김정민

아이돌 식상하다면 편안한 내 노래 어때요

더 이상 거친 로커가 아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가수 김정민(40)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변화한 모습만큼이나 신보도 많이 변했다. 뜨거운 록 대신 따뜻한 발라드로 돌아왔다.

김정민은 정규 7집 앨범 '뷰티풀 마이 라이프'(Beautiful my Life)를 내고 가요계로 복귀했다. 6년 만에 낸 정규 앨범이다. 그간 그는 음악 활동 대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시청자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에 앨범을 거의 다 만들어 놓았었는데, 조금 예스러운 느낌이 나서 다 접어버렸어요. 그리고 새로 곡을 모아 음반을 냈죠. 음반은 전반적으로 편안해요. 아이돌 스타일 위주의 음악에 식상한 사람들이 이 노래를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7집 타이틀곡은 음반 타이틀곡과 같은 '뷰티풀 마이 라이프'. 제목처럼 '때론 힘들고 위태롭지만 결국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인생'이라는 내용의 인생 예찬가다. 이승철의 '소리쳐' '사랑 참 어렵다'를 쓴 작곡가 홍진영의 노래다. 편안하고 듣기 좋은 멜로디가 과거의 김정민 스타일과 많이 다르다.

이 노래뿐 아니라 조장혁이 작곡한 '고맙다 친구여', 일본 노래 '하나시타쿠와나이'를 리메이크한 '헤어질 수 없어' 등 수록곡들은 모두 편안하고 담백하다. '섬데이'(Someday)와 '여자는 남자를 배신한다'는 그가 결성했던 그룹 '리플레이' 시절 발표한 노래다. 당시에는 '언제쯤 이 아픔이 끝이 날까'와 '8290'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이번에 편곡을 바꿔 다시 불렀다. 김정민은 "어차피 리플레이 앨범이 많이 안 팔려서 이 노래를 아는 분이 거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록곡 중 유일한 하드록인 '트리니티'는 지난해 싱글 앨범으로 발표됐던 노래다. 동명의 게임에 OST로 쓰이며 먼저 팬들을 만났던 것. 이번 앨범을 통해 발표된 신곡 가운데에는 목에 강하게 힘을 주고 부르는, 이른바 '핏대송'이 없는 셈이다. 편안한 로커로 변신한 이유를 묻자 그는 "결혼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정말 김정민은 2006년 결혼을 한 후 참 많이 변했다. 조금만 대화가 진행되면 아내 얘기, 두 아들 얘기다.

김정민은 당시 가수 박혜경의 소개로 10세 연하의 일본인 부인 다니 루미코씨를 만났다. 2006년 6월에 처음 만나 8월에 결혼을 결정, 10월에 결혼했다. 첫 만남에서 예식까지 넉달밖에 안 걸렸다. 초고속 결혼이다. 두 사람은 다른 문화에서 평생을 살아오다가 결혼으로 한 가족이 됐다.

"전 제가 최단기간에 결혼한 줄 알았는데 전에 라디오를 진행하며 여러 사연을 읽다 보니 더 빨리 한 사람도 있더라고요. 정말 결혼 잘한 것 같아요. 장인과 장모도 결혼 전 딱 두 번 봤고 상견례도 결혼 전날 했는데 절 믿고 바다 건너 딸을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정이 생긴 후 김정민은 책임감이 커졌다. 생활도 한층 건전해졌단다. 좋아하던 술도 총각 시절보다 멀리하고 가정일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부인의 영향력은 생활뿐 아니라 음악 활동에도 녹아 있다. 이번에 일본 노래를 리메이크한 '헤어질 수 없어'는 부인이 김정민에게 추천한 노래. "오빠가 부르면 멋있을 것 같다"는 부인의 얘기에 망설임 없이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일본에서 나 하나만 보고 한국에 온 아내이니 제가 잘 해야죠. 아내가 두 아들을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해요. 저 역시 육아법에 대해선 꿰고 있죠."

김정민은 최근 부인과 함께 SBS '스타 부부쇼 자기야'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다니 루미코씨는 19세 때부터 일본에서 아이돌 가수로 활동을 한 이력이 있다. 그만큼 외모도 뛰어나다. 한국 생활 4년을 맞은 다니 루미코씨는 방송에서 능숙한 한국어로 다국적 커플의 재미있는 부부 생활 얘기를 하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시청자들은 다니 루미코씨의 외모에 한 번 놀라고, 능청스러운 말솜씨에 두 번 놀랐다.

"처음엔 아내에게 내가 얼마나 힘들게 방송일을 하는지 보여주려고 함께 출연하게 됐어요. 그런데 아내가 긴 녹화를 힘들어하기는커녕 너무 재미있어 하는 겁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스타들의 아내들과 친해졌어요. 제수씨와 형수님들이 아내에게 한국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해 주나 봐요. 그런 것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김정민은 자신의 생년이 1968년이라고 했다. 그런데 호적 신고가 늦어져 69년 3월생이 됐고, 인터넷 프로필 등에는 70년생으로 나와 있다. 인터넷 프로필과 달리 그는 이미 40을 넘긴 것이다. 불혹을 넘긴 17년차 록스타는 편안하고 너그럽고 차분했다.

"마흔을 넘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어요. 여유를 알게 됐고, 인생에 대해 생각도 하게 됐죠.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결혼을 했고, 두 아이를 얻었습니다. 삶이 이렇게 많이 바뀌었으니 음악도 바뀔 수밖에 없는 거죠."

김정민은 노래와 가족이 있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앨범을 듣고 사람들이 자신처럼 인생의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마흔을 넘긴 로커 김정민의 푸근함이 작은 CD에서 흠뻑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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