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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이기는 사람들]유방암 투병 5년 안순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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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생활·사고방식 확 바꿔 되찾은 '행복한 나날'

▲5년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안순천(오른쪽)씨가 이미경 이경외과 원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모현철기자
▲5년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안순천(오른쪽)씨가 이미경 이경외과 원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모현철기자

"여성성과 남편의 사랑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제는 극복했습니다. 유방암은 저에게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했습니다."

안순천(49·여)씨는 5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오른쪽 유방에서 동전 크기만한 암조직이 발견된 것이다.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더니 모양이 좋지 않다면서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3일 뒤 암 판정을 받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씨는 암 가족력이 있었다. 안씨의 어머니는 유방암 수술을 한 뒤 1년 만에 숨졌다. 어머니처럼 유방암에 걸릴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왔는데 현실이 된 것이다.

"유방암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으면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힘을 내야 했다. 안씨는 유방암 수술을 한 뒤 자신이 왜 유방암에 걸렸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음식과 생활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육류를 많이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하고 예민한 성격 탓에 늘 긴장하며 걱정을 많이 한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씨는 수술 뒤 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 식단을 바꿨다. 채소와 과일, 생선, 콩제품, 청국장, 각종 전통재래 발효음식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콩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유제품과 술, 커피 등을 멀리했다. 팔운동과 국선도 등 규칙적인 운동도 시작했다. 유방암이 준 생활의 변화였다.

하지만 몸상태는 악화됐다. 40℃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에도 선풍기를 틀지 않은 채 긴 바지에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 했다. 몸상태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우울증이었다.

"수술 뒤 5년 동안 대중목욕탕에 가지 않았습니다. 수술 자국이 있는 몸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활발했던 사람과의 교류도 끊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박제동물처럼 지냈죠."

안씨가 5년 동안 투병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데는 남편의 힘이 컸다. 유방암 환자의 남편으로서 겪어야 하는 성생활의 어려움도 묵묵히 참아준 것이다.

"편협한 사고로 좁은 세계에서 마음대로 살았던 생활에 경종을 울린 것이 유방암 수술이었습니다.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40대 중반에 겪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유방암에 걸린 것은 불행이 아니라 극복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안씨는 최근 유방암 환자와 가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유방암 예방 홍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방암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작정이다.

"한 유방암 환자의 남편은 부인의 암이 전염된다면서 다가가지도 않더군요. 한 아주머니는 자신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서 결혼 승낙을 하지 않았습니다."

안씨는 유방암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편이 부인의 병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인이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함께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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