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구경북지역 단체장들의 지난 선거공약을 살펴보고 공약의 진행 정도와 성과를 평가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가 치러질 당시 살펴보았던 그 공약들을 4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보게 된 것이다. 2006년 당시에는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헛공약, 막개발 공약'이라는 큰 기준을 가지고 실현 가능성, 주민참여 정도 등 세부 기준을 적용하여 공약을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분석틀에 따라 공약을 분석해 보니 헛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현 가능성 측면이나 사회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허망한 공약이 많았다. '잘 만든 공약'이라기보다는 '모양이 좋은' 공약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한마디로 공약의 화려함을 견주는 대회라 할까, 공약의 실체나 공약이 가지는 힘은 느껴지지 않고 그 외관이 주는 화려함만 보이는 식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대구경실련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활동백서를 만들지 않고 그 노력으로 밀라노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체 자료를 모아서 백서로 만들겠다고 한다. 밀라노 프로젝트! 얼마나 화려한 공약이었나. 이 프로젝트 하나로 어려운 지역 경제가 하루아침에 날아오를 것이라는 포장술은 불과 몇 년 만에 허실로 드러났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나 단체장들이 공약을 얼마만큼 잘 실행하고 있느냐를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미인 선발 대회'식의 화려함으로 포장된 공약보다 실속 있고 주민들에게 가계를 꾸리는 것처럼 생생한 공약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럴 때라야만 주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가 눈에 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역은 인구 유출이 지속, 기업 집중도가 수도권 중심, 인구의 고령화율 상승과 더불어 지역 발전의 외부 의존성이 심화되어 지역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지역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이런 진단 속에서 대안은 '화려함'보다는 진솔함, 생생함이 느껴지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느낄 수 있는 제안이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대책이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한 자립적 경제구조 창출이며, 청년 일자리를 늘리고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유입이 그것이다. 우리사회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고 아직 합의된 용어가 없어서 그대로 사용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일반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상호 결합된 형태를 말하는데,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서 지역민들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자 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과 비슷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취약 계층이 중심이 되어 영리를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추구한다면,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 중심, 고용 중심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가치를 영리적 방식으로 추구하고 지역의 현안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영국이다. 현재 영국의 개인기업 가운데 20%가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해당할 만큼 활성화되어 있으며 나아가서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기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십여 년 전부터 농촌 사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학계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많이 소개되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보고서를 찾을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유산, 농산물, 그린투어, 자연환경이라는 자산을 활용하여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지역 활성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제 지방 정부는 외부의 힘에 의존해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전략만이 아니라 지역 내부의 자원을 가지고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지역을 발전시키는 내생적 발전 전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청년이든 주부든 노인이든 누구든지 동네를 위해 할 일이 있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주민이 살고 싶은 동네가 아닐까.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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