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숲 살리려면 '재생종이 책' 확인하세요"

간행물 윤리위, 재생종이 책 인증제도 성과

책 한권을 출판하는 데 나무는 얼마나 필요할까.

30년생 원목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종이 양은 59㎏으로 A4용지 4상자에 해당한다(상자당 2천500장). 조금 두꺼운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400쪽짜리 책 100권을 찍을 때마다 30년 된 원목 한 그루가 사라지는 것이다. 장편소설 1만권이 팔릴 경우 30년 된 나무 100그루가 세상에서 사라진다. 2천권, 3천권 정도 판매되는 책이 하루에도 수십권 이상 나오고 있고, 연간 100만권 이상 팔리는 초특급 베스트셀러 역시 거의 매년 탄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이 먹어치우는 나무 숫자는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가 올해 7월 '숲을 살리는 녹색출판 캠페인'을 시작했다. 출판사들에 재생 종이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고 6개월 만에 재생종이로 출판한 책이 10만권을 돌파했다.

녹색출판에 참여한 출판사는 한겨레출판, 디자인하우스, 물병자리, 책공장 더불어, 파랑새, 파라북스, 갤리온, 또 하나의 문화, 리북, 북센스, 토토북, 숲속여우비, 해나무, 비즈앤비즈, 이숲, 가치창조 등 22개사로 모두 30종에 10만권이다. 간행물 윤리위원회는 출판사가 책을 낼 때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재생 종이로 제작할 경우 녹색출판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흔히 재생종이라면 먼지가 많이 나고 어둡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출판인들은 "재생 종이에는 여러 등급이 있고, 일반 종이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종이도 많다. 고급 질의 재생 종이는 보관 기간도 일반 종이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재생 종이의 무게는 일반 종이보다 가볍다. 가격은 일반 종이보다 10% 정도 싸지만, 종이 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아직 재생 종이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고, 출판사가 원하는 색감의 컬러 인쇄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색감과 디자인을 요구하는 표지의 경우 재생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교과부에서 중·고등학교의 교과서 일부를 재생 종이로 제작·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