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언론에 따르면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따지는 사회통합지수 조사에서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제주 제외) 중 대구가 12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났다. 대구경북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전시가 8.9로 사회통합지수가 가장 높은 반면 대구는 하위권이었다. 이는 대구사회가 여러 부문에서 건강상태가 매우 나쁘다는 이야기다. 국가별 사회통합지수는 해마다 발표되지만 지역별 사회통합지수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발표된 첫 해에 이렇게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그간 조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던 수년 전부터 이미 대구는 깊은 병통을 앓아 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역별 사회통합지수는 크게 사회경제적 안정성 항목에 해당하는 실업률, 어음부도, 범죄, 자살률 등과 투표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비정규직 비율,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복지예산, 사회적 역동성 영역에 속하는 대학 진학률, 문화 관람횟수 등 모두 24개 지표를 통계로 처리한 것으로 거의 우리 삶의 전 영역을 계량화한 것이다.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분야별로는 사회경제적 안정성은 우리나라 경제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이 5.0으로 가장 높고, 사회적 응집성은 울산이 최고인 5.2, 사회적 포용성은 서울이 2.8, 사회적 역동성은 강원(2.6)과 경북(2.6)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대구는 사회경제적 안정성(-1.3), 사회적 응집성(-1.8), 사회적 포용성(0.6), 사회적 역동성(-1.9) 등 각 분야별로 지수가 두루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도 확인되는 바이지만 한국경제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이 주로 경제지표와 연관되는 사회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 포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상대적으로 개발의 여지가 있는 경북과 강원도가 사회적 역동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대구가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십 수 년째 지역총생산이 전국에서 꼴찌인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고 서문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에서 느끼는 실물경제의 위축과 쇠퇴에 대한 체감온도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여기에다 대구 시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긍심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인구의 역외 유출도 심각하다.
경제뿐 아니다. 교육 분야 역시 또 다른 한 지면에서 대구시내의 상위권 중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진학해 대구과학고와 대구외국어고의 입시 경쟁률이 하락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중학교 때까지는 상위권에 속하던 대구의 학력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중위권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우수 학생들이 대거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신 성적 상위 5% 이내인 중 3학년생들이 수도권과 타 시'도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에 진학한 수가 2007년 211명, 2008년 304명, 2009년 321명으로 매년 증가추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대구지역에서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학교가 모자라기 때문인데, 교육이 지역 발전과 매우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대구 사회의 건강이 나빠진 데는 인재를 다른 지역으로 빼앗긴 기존 대구 교육계의 책임도 크다.
루쉰(魯迅)은 소설 '눌함'(눌함은 크게 외친다는 뜻)에서 "가령 말이야, 쇠로 만든 방이 있다고 치자. 창문이 하나도 없고 부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야.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는데, 머지않아 모두 숨이 막혀 죽을 거야. 하지만 혼수상태에서 죽어가는 거니까 죽음의 비애는 조금도 느끼지 않지. 지금 자네가 큰 소리를 질러서 비교적 정신이 있는 사람 몇 명을 깨운다면 말이야, 그 불행한 소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게 될 텐데, 자네는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어?" "하지만 몇 명이 일어난 이상 그 쇠로 만든 방을 부술 희망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대구의 상태를 루쉰이 '눌함'에서 말한 쇠로 만든 방이라고, 시민들은 혼수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죽어가는 중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치게 무서운 비약이 될까? 대구를 죽음의 잠에서 깨울 수 있는 새로운 소수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대구를 혁신할 신개혁세력이 대두할 때가 됐다.
시인'경북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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