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사회적기업을 찾아서](7)다문화여성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통역 번역·다문화 강사…일자리 뭐든 만들어야죠"

대구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간디문화센터는 폐교를 활용해 다문화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간디문화센터는 폐교를 활용해 다문화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새로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 8쌍 중 1쌍은 외국인 여성이 배우자인 시대다. 농촌 총각은 4명 중 1명이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도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순혈주의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들 여성이 '한국인의 아내'와 '한국의 어머니'로 동화하기는 쉽잖은 현실이다. 그들의 자녀에게도 '코시안'이라는 불유쾌한 딱지가 붙는다.

최근 들어 여성결혼이민자 가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기업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들을 한국민으로 통합하는 사회적 노력의 시작인 셈이다.

◆대구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

해마다 여성결혼이민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적 미취득자와 혼인귀화자를 합한 여성결혼이민자는 대구 4천436명, 경북 6천503명에 이른다. 이들이 늘면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2천254명, 경북 4천235명이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높은 취업 의지와는 반대로 안정적 일자리를 찾기란 어려운 형편이다. 대구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러한 요구에 맞춰 태어났다. 센터는 올 6월부터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업명은 '두드림 DO!! DREAM!!'. 'DO, 우리는 할 수 있다. DREAM, 함께하면 꿈이 이루어집니다.'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이주민 여성 7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필리핀, 중국,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은 하는 일에 따라 직업이 두 가지다. 하나는 '아시아야, 놀자'라는 제목의 다문화 체험 교육을 하는 강사다. 국내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수가 늘면서 앞으로 점점 유치원,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아이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는 선생님인 것. 초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두 번째 직업은 통·번역사다. 한국 생활 정보와 노동 상담, 폭력 피해 상담 등을 요청하는 여성결혼이민자가 늘면서 덩달아 이들의 말을 듣고 말해줄 통·번역사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서울의 경우 태국어과, 아랍어과 등의 다양한 언어를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지만 지역은 중국어와 일본어 등에 한정돼 있어 여성결혼이민자를 원하는 곳이 부쩍 많아졌다. 경찰서의 수사 업무부터 노동부의 노동 상담, 국제 행사장의 통역까지 다양하다.

이주민 여성들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무척 높다. 3년 전 대구에 시집온 캄보디아인 콜부오크크헹(22)씨는 "그동안 안정적이고 고향에서 공부했던 분야를 쓸 수 있는 직업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대구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를 알고난 뒤엔 좋은 일자리와 무엇보다 한국인들과 부대끼며 일하면서 서로 동화된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센터 정지현(27·여) 다문화교육팀장은 "지역에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대부분 고학력이고 취업 의지가 상당히 높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에 잘 정착하고 자신들의 자아를 실현해 경제적·사회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구결혼이주여성인권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 여성들을 많이 고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간디문화센터

경북 군위군 소보면 서경리에 위치한 간디문화센터도 올 6월부터 노동부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 취약 계층 10명을 고용해 일을 하고 있으며, 이중 4명(캄보디아 2명, 베트남 1명, 중국 1명)이 여성결혼이민자다.

간디문화센터 문창식(45) 대표는 2007년 폐교였던 군위군 소보면 서경초등학교를 인수했다.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을 갖춰놓고 대안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년 뒤 문 대표는 이곳을 다문화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120만명의 외국인과 함께 사는 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현재 국제 결혼 추세라면 2020년엔 국민 결혼 5쌍 중 1쌍이 국제 결혼이고, 20세 이하 인구 5명 중 1명이, 신생아 3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통계까지 나왔어요." 문 대표는 "문화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안학교였던 간디를 다문화학교로 바꿨다"고 했다.

또 그는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52.9%가 최저 빈곤층이고,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는 가구가 15.5%에 이른다"며 "현재 농촌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정착이 우리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해 여성결혼이민자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소보면에 살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 10명 중 4명을 우선 고용했고, 앞으로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이들 이주민 여성들은 다문화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문화 체험 등 각종 다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역할에서부터 이곳 양계장에서 생산되는 유정란 등 친환경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도농직거래 사업까지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어요. 다만 신혼 가정의 40%가 다문화가정인 등 이들 여성 결혼 이민자로 인해 그나마 젊음을 유지하고 있지요. 따라서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정의 정착이 무척 중요합니다. 여성결혼이민자가 지역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자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요."

문 대표는 "여성결혼이민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스스로 자아 실현과 욕구 해소를 통해야만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이룰 수 있다"며 "앞으로 간디문화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맡은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