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교육 없는 학교가 '공교육의 대안'

경산 무학중학교가 다양하고 내실있는 방과후 교실을 운영,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모범답안을 써가고 있다.
경산 무학중학교가 다양하고 내실있는 방과후 교실을 운영,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모범답안을 써가고 있다.

'사교육 없는 학교가 진정 효과가 있을까?'

학생과 학부모, 교육관계자들 사이에 사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지역 한 중학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무학중학교. 지난해 여름 이학교가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양읍내는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학부모들의 방문과 전화가 계속됐다. 급기야 학원연합회 관계자들이 항의성 방문을 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이 학교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성공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개발을 계발하고 방과후 교실인 '한빛 교실'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8교시는 모든 교사와 학생이 참여하는 독서시간을 마련했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1년 과정의 과제가 주어진 독서 프로그램인 워크북 '생각의 하늘을 걷다'를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교과연계 독서 프로그램과 사회생활 중심 독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1년에 2번, 워크북에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한 수준을 검증받고 우수한 학생들은 시상해 동기를 부여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도 시작했다. 영어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일일 생활교재를 통해 외국어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원어민 수업을 통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과 이질감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이 학교 오일영 교감은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으나 준비없이 시작했다가는 수업 자체가 파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결단이 어려웠다"며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교수·학습 모형을 개발한뒤 적용해 학생들의 적응력을 높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학교측은 교재까지 자체 제작했다. 국어의 3단계 교재 '아름다운 동행', 수학 '호주머니속의 수학'을 만들어 기초학력과 교과 부진, 그리고 국어 능력 심화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했다. 또 토요교실의 전자조립반에 필요한 '전자회로집'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어려운 과학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은 한빛교실 운영 1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지난해 초만 해도 이 학교 학생 중 학원에 다니는 학생비율이 97.7%에 달했지만 현재(12월 1일기준) 75%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방과후교실에 참여한 학생의 80%이상이 지난 학기보다 성적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교실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역시 1년 사이에 50.9%, 24.90%에서 각각 56.52%, 68.75%로 높아졌다.

오 교감은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이 과연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고 반대 여론도 팽배하지만 학교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시키고 공교육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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