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할아버지와 손자
작가: 박수근(1914~1965)
제작연도: 1964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146 × 97.5㎝
소재지: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고희동이 미술공부를 위해 도쿄로 유학한 것이 1908년이니까 한국인에 의한 서양화의 역사는 대략 1세기쯤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서양화단은 실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수많은 거장들을 배출하였는데 박수근은 그 중에서도 특출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변변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의 독학으로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하였다는 점이 경이로우나 사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소재와 기법 등에서 볼 수 있는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이 일본을 통해 들어온 아카데미즘의 추종자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특기할 만한 사실이며 바로 이점이 그를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기에 주저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걸작의 하나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소재는 할아버지와 손자, 즉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다운 이웃들이다. 주제는 정,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손 간 끈끈한 혈육의 정과 함께 이웃 간의 구수하면서도 훈훈한 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수근은 비현실적인 소재나 과장된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거의 흰 무명 치마저고리나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의 서민층의 인물이며 그 외 다른 요소들도 모두 그가 생전에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의 영역으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다.
박수근의 그림에는 몇 가지 조형적인 특징들이 있다. 대개 그림에서 색채의 역할은 대폭 줄어들고, 대신에 선과 마티에르의 역할이 강조된다. 전체적으로 밝은 갈색 톤의 화면은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꺼칠꺼칠한 마티에르와 함께 진한 토속성을 드러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박하면서도 힘찬 선에 의해 묘사된 인물들은 평면 공간 안에서 단순한 구성에 따라 서술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러한 그의 독창적인 양식은 고구려 벽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재와 주제, 그리고 조형양식 등, 그의 작품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토속성과 전통에의 맥락을 고려하면 박수근의 그림이야말로 한국화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에서 개발된 재료를 사용하여 그린 그림이라고 해서 '서양화'라 분류하는 것은 사실 우리가 이제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동양화'라는 명칭보다 어쩌면 더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서양인들도 박수근의 작품을 서양화라고 생각할까? 한국인이 화선지 위에 붓을 이용해 먹으로 그리면 모두 한국화인가? 서양인이 그렇게 그려도 동양화인가? '한국화'라는 용어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규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권기준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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