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비 해결사' 車 블랙박스 인기 폭발

사고전후 상황 기록, 책임 소재 가려

대구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상호 이사가 영상기록장치가 달린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룸미러 아래쪽으로 튀어나온 검은 물체가 영상기록장치이다. 조문호기자
대구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상호 이사가 영상기록장치가 달린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룸미러 아래쪽으로 튀어나온 검은 물체가 영상기록장치이다. 조문호기자

"사고가 나도 시시비비가 확실히 가려지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택시기사 이상호(57)씨는 지난해 2월부터 차량용 영상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를 장착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교통사고, 특히 건널목 사고는 잘잘못을 따지기가 쉽지 않은데 사고 전후의 영상을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누구의 잘못인지 금방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씨는 "나 자신부터 신호 위반을 하지 않게 됐다"며 "모든 택시에 다 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동차의 '눈', 차량용 블랙박스가 뜨고 있다. 블랙박스 제조업계에 따르면 이미 대구에서도 수천대의 차량에 블랙박스가 달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부터 대구(8천800대 예정)를 비롯한 6대 광역시가 택시 설치비 지원에 나서면 블랙박스 전국 수요는 100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아이 손바닥 만한 크기의 장치로, 보통 룸미러 뒤쪽에 설치한다. 전체 운행 상황을 촬영하고 급브레이크나 급핸들조작, 급발진 등 차량에 일정한 충격이 가해지면 전후 상황이 자동으로 저장장치(SD카드)에 기록된다. 15초 저장 기능이 많이 보급돼 있고, 요즘엔 최장 2분까지 가능해졌다. 운전자 임의로 녹화할 수도 있다. 전방 시야각은 143도 정도. 사고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생생히 확인할 수 있어 사고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블랙박스 제조업체 J사의 이정훈 팀장은 "대구시에서는 택시와 자가용 각각 1천여대 정도에 블랙박스가 장착됐을 것"로 추정했다.

블랙박스를 이용해 애매한 교통사고를 해결한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순쯤 서구 내당동 구황제예식장 주변 교차로에서 택시와 자전거 충돌 사고가 났다. 자전거 운전자의 가족들은 "택시기사가 신호를 위반한 것 아니냐?"며 따졌으나 블랙박스 분석 결과 자전거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열흘 정도 앞서 남구 대명동 계명네거리. 택시가 좌회전하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내 잘못이니 모두 물어주겠다"던 운전자는 사고 차량을 옮기자 "택시기사가 신호를 위반했다"며 태도가 돌변했다. 그러나 이 사고 역시 택시 블랙박스를 통해 잘잘못이 가려졌다. 승용차 운전자는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었음에도 좌회전한 것으로 판명났다.

블랙박스는 사고 예방에도 효과가 크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해 7월 택시 3만5천대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결과 이전에 비해 사고가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구를 비롯한 전국 6대 광역도시는 올해부터 안전 운행과 사고 예방을 위해 택시 블랙박스 설치비를 지원한다. 업계는 사고 보상금이 줄면 보험료(현재 3% 수준)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가용 블랙박스 수요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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