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시 대구 50사단. 쌀쌀한 날씨 속에 새해 첫 입영식이 치러졌다. 입영 장병 200명과 그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들 손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부터 파이팅을 외쳐주며 입영 장병을 응원하는 친구들까지…. 부대 앞 열기는 동장군도 어쩌지 못했다.
입영 20분 전. 장병들과 가족, 여자 친구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산을 바라보던 아버지들은 줄담배만 피워댔다. 어머니들은 아들의 옷깃을 여미어 주며 볼을 쓰다듬는다. 함께 온 여자친구는 발끝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이 없다. 입영 장병들은 시간을 확인하느라 휴대전화기를 접었다 폈다 안절부절이다.
한 입영 장병은 "어머니는 식당에서도 줄곧 나만 챙기셨다. 좋아하시던 갈비를 내 밥 위에만 올려주실 뿐 고기 한 점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5분 전. "건강히 다녀오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큰절을 올리며 인사하는 장병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짧은 머리 아들·손자의 모습을 담으려는 가족들은 카메라 셔트를 누른다. 한 할머니는 군복을 입은 군인이면 아무나 부여잡고 "잘봐주이소, 우리 손자 잘봐주이소'라며 허리를 굽힌다.
1분 전. "이제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십시오. 1시 정각에 입소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내 방송이 스피커를 타고 흐른다. 입영소 앞은 눈물 바다를 이뤘다. 어머니들이 아들 품에 와락 안긴다. 여자친구도 한동안 보지 못할 연인의 가슴을 파고든다.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운다. 붉은 눈시울이 들킬세라 애써 고개를 돌리는 중년 신사의 모습도 눈에 띈다. 부모들과 여자 친구들은 아들과 연인이 사라진 그 길 끝을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50사단 신병대대는 한 해 4천800명∼5천여명의 장정을 정예 군인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곳이다. 이날 입영한 장병들은 앞으로 5주간 훈련을 포함해 20여개월의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30분 후쯤 신병교육대대 정병관. 가족들과 아쉬운 이별을 뒤로한 입영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내 소지품 검사가 시작됐다. 훈련기간 동안에는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에 혹시나 숨겨왔을지 모를 담배 색출이 주요과제. 모자를 눌러쓴 교관들은 장병들의 겉옷을 뒤집어 소매와 신발 깔창 아래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여러분들은 5주간 담배를 피울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내 목숨 조국을 위해…'라는 글귀 아래 예비 장병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강당을 뒤흔들고 있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