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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눈보라 / 사이토우 마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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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업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겨울날 오후에는 옆자리 애랑 같이 내기하며 놀았다. 그것은 이런 식으로 하는 내기이다. 창문 밖에서 풀풀 나는 눈송이 속에서 각자가 하나씩 눈송이를 뽑는다. 건너편 敎室 저 창문 언저리에서 운명적으로 뽑힌 그 눈송이 하나만을 눈으로 줄곧 따라간다. 먼저 눈송이 땅에 着地해 버린 쪽이 지는 것이다. '정했어' 내가 작은 소리로 말하자 '나도'하고 그 애도 말한다. 그 애가 뽑은 눈송이가 어느 것인지 나는 도대체 모르지만 하여튼 제 것을 따라간다. 잠시 후 어느 쪽인가 말한다. '떨어졌어.' '내가 이겼네.' 또 하나가 말한다. 거짓말해도 절대로 들킬 수 없는데 서로 속일 생각 하나 없이 선생님 야단맞을 때까지 열중했었다. 놓치지 않도록, 딴 눈송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다 집중시키고 따라가야 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나는 한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났다. 아직도 눈보라 속 여전히 그 눈송이는 지상에 안 닿아있다.

단호히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당신은 내게 '운명적으로 뽑힌 하나의 눈송이'라고 말입니다. '정했어' 하고 나는 이미 말해버렸습니다. "거짓말해도 절대로 들킬 수 없는데 서로 속일 생각 하나 없이 선생님 야단맞을 때까지" 당신께 열중하겠습니다. "놓치지 않도록, 딴 눈송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다 집중시키고"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풀풀" 날리며 눈보라 속 허공을 떠도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들 부박(浮薄)한 존재의 운명이기에 더욱, 한때가 아니라 아마도 끝까지, 나는 "그런 식으로" 당신을 만날 것입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내겐 오로지 "단 하나의 눈송이"인 당신.

당신은 아직도 눈보라 속 여전히 지상에 안 닿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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