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후 준비 없는 대량은퇴, 정년 연장이 현실적 대안

올해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는 해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6'25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시행 직전인 1963년 사이 태어난 712만 명을 가리킨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대규모 인구 집단이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노후 준비 없이 직장을 떠나야 할 처지에 있다.

준비 없는 은퇴는 개인적인 생활고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낳는다. 대규모의 노령층 실업은 내수 위축과 사회보장 비용 증가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정부 재정 악화와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경고다. 우리보다 3년 앞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시작된 일본이 이미 이런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국전력 노사가 임금 피크제 시행을 전제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안이 시행되면 은퇴 대상 직원들은 퇴직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노후 준비 없는 은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량 은퇴가 몰고 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한전식 정년 연장 모델을 다른 공기업에도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민간 기업도 이를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노령층 대량 실업이 내수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잠식하는 주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모든 기업이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규정(고령자고용촉진법)하고 있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700여만 명이 노령 실업의 공포에 떨고 있는 현실에서 선진국 진입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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