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해도 쇠사슬을 잡어맨듯 무거워졌다.'
머나먼 이국땅 북경 형무소에서 40세의 젊은 나이로 순국했던 육사 이원록 선생의 시 '年譜'(연보)에서 선생은 숱한 옥고를 치른 고통을 이렇게 노래했다. 17차례의 투옥과 석방 등 숱한 옥고에도 불구하고 육사 선생은 겨레사랑의 마음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놓지 않았다.
국치백년을 맞는 올 한 해 육사의 겨레사랑을 배울 수 있는 '육사 문학기행'을 통해 육사의 생애와 문학세계, 독립운동의 자취를 찾아보자.
◆육사선생 순국 66주기
겨레의 얼과 정서를 시로 빚어 겨레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어준 시인, 나라잃은 슬픔을 시로 노래하고 온몸으로 항거했던 우국지사 육사 이원록. 선생의 순국 66주년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달 16일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이육사문학관에서 마련됐다.
(사)이육사기념사업회(이사장 최유근)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외동딸 옥비 여사를 비롯해 유족, 김휘동 안동시장, 김광림 국회의원, 기념사업회 회원, 지역 문인,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선생의 연보낭독, 추모사, 시낭송, 묘지 참배 등으로 선생의 정신을 기렸다.
선생은 해방 직전인 1944년 1월 16일 북경 일본영사관 감옥에서 40세의 젊은 나이로 순국했으며 유골은 국내로 옮겨져 서울 미아리에 매장됐다가 1960년 고향마을인 원촌리 뒷산에 이장됐다. 이후 매년 1월 16일 선생의 기일에 추모행사를 마련해오고 있다.
이날 기념사업회 최유근 이사장은 "올해는 경술국치라는 나라 잃은 치욕을 맞은 지 100년 되는 해이다. 일본에서는 올해를 경축의 해로 기념사업을 한다고 떠들고 있다"며 "이런 때 육사 선생이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영혼과 얼, 정신을 이어받아 나라 사랑 마음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했다.
이육사문학관은 66주기를 맞아 육사 선생과 관련한 각종 문화행사와 선양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하루 평균 200여명의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특히 2층 특별전시관에는 이육사문학관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전국 문인들이 보낸 육필원고가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는 천상병 시인의 '장마', 박두진 시인의 '또다시 밤에', 김춘수의 '나라와 함께 시와 함께' 등 전국 문인들의 육필원고와 육사 관련 시집 등 서적 50여권을 둘러볼 수 있다.
(사)이육사추모사업회는 "육사문학관이 선생의 선양사업과 함께 문인들의 창작체험학습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글로써 혼을 집결해 불사르며 조국 광복을 위해 온몸을 바친 선생의 가르침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관람문의 : 이육사문학관 054)843-7667.
◆청포도 익는 7월에는 '이육사 문학축전'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면 애국시인 이육사 선생의 대표적 시 '청포도'처럼 고향 담장마다 청포도들이 알알이 영글어 간다.
7월 여름방학이 되면 이육사 선생의 고향인 안동 도산면 원촌마을을 배경으로 '초인의 시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육사의 생애와 문학세계, 독립운동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육사 문학기행'을 경험할 수 있다.
안동시가 '이육사 문학축전'을 마련한다. 올해 일곱 번째를 맞는 문학축전이 이육사문학관과 도산청소년수련원, 시립민속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제5회 이육사 시 낭송대회'와 '제31회 육사 백일장', 문학기행과 문학강연'캠프파이어'문학행사 참여 등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이육사 문학캠프'도 마련된다.
안동시는 지난해 도산면 원천리 생가 터에 있는 청포도 시비와 함께 시인의 시심에 젖을 수 있도록 이육사문학관 뒤 불미골에 청포도 공원을 조성했다. 이 공원에는 청포도 나무 30여그루가 심겨져 있어 단아하고 목가적인 정서를 물씬 풍기면서 육사 시향에 심취한 사람들의 시심을 더욱 자극,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일대에는 육사 선생 시비와 동상, 생가인 육우당 등도 복원돼 있어 문학적'정서적 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절경을 이루고 있는 원촌마을의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따라 멀리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윷판대'는 한국 현대시사에 길이 빛나는 육사 시 '광야'의 시상지로 알려져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으며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협곡을 벗어 난 강물소리가 세차게 들려 혼탁한 사회 속에서 찌든 심신을 정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한 공민왕의 모후가 2개월 정도 머물렀다 해서 이름 붙여진 '왕모산'도 육사문학관 남쪽에서 바라보면 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구름이 걸려 있어 시상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육사 선생은 왕모산을 오르는 중간지점에 깎아지른 듯 선 절벽 칼선대에서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는 시 '絶頂(절정)'을 지어 절박한 구국의 의지를 토로하기도 했다.
이육사 선생의 딸 옥비 여사는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이육사문학축전에도 참가하고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초인의 시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문학축전이 될 것"이라 말했다. 주변의 도산서원과 퇴계종택'한국국학진흥원'산림과학박물관 등도 가볼 만한 곳이다.
◆육사로 시작되는 북부 문학여행
경북도는 올 해부터 안동~청송~영양을 잇는 '경북 북부 문학여행'을 개발한다. 문학여행의 시작은 단연 안동 도산 원천 육사문학관이다. 이곳에는 딸 옥비여사의 자세한 설명이 있으며 생가를 본뜬 육우당과 동상, '절정' 시비, 청포도밭 등이 있다.
인접 지역인 영양군에는 '지조론'의 시인 조지훈 생가와 지훈문학관'지훈 시공원(일월면 주실마을), 항일시인 오일도 생가와 시 공원(영양읍 감천마을), 소설가 이문열의 생가와 광산문학연구소(석보면 두들마을)가 있다.
청송군에서는 이 고장 출신 작가인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한 '객주 문학테마촌'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안동에는 2007년 작고한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과 유안진 시인의 생가가 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한국 근현대의 대표적인 문학인을 다수 배출하고 이들 작품의 무대가 된 경북 북부지역을 국내 문학관광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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