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백년대계

며칠 전 대구 교육계의 한 원로가 몹시 화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다짜고짜 "대구시가 지금까지 대구 교육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인재 육성 시스템을 만드느니,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느니 떠드는 겁니까"라며 격앙했다. "교육 명문도시 위상을 되찾겠다고 하는데 어떤 점에서 위상을 잃었다는 건지, 이유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나 해보고 이런 계획을 발표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구시가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그는 대구시가 최근 교육 명문도시 위상을 되찾기 위해 인재 육성 전략을 개발하고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용역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 대구시의 용역은 글로벌시대에 맞는 세계적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우수한 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고 우수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 지금까지 논의된 각종 교육 현안들을 점검하고 시대에 맞는 교육서비스 산업으로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테크노폴리스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과 연계된 수요견인형 인재 육성 인프라 확충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내용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인 행정 중심의 연구나 시스템 마련을 모색해서는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그들이 생각하는 대구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먼저다. 대학 교수들이나 전문 연구진들이 아무리 좋은 용역 결과를 낸다고 해도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할 수 없다면 하나마나한 일이다. 교육계에서는 최근 대구 교육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교육계 내부의 잘못도 있지만 남의 일처럼 내팽개쳐둔 대구시의 무관심도 한몫 했다는 비판이 많다.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시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도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중국 제자백가의 하나인 '관자'는 '일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십년 계획은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평생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일만한 것이 없다'며 교육을 백년대계로 꼽았다. 대구시가 교육 분야를 전담할 팀을 만들고 팔을 걷어붙인 건 좋지만 현장과 전문가의 불만을 무시한 채 대구 백년대계를 세우겠다는 건 무모해 보인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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