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북경도서전에 참가했다. 전시관을 국제관과 국내관으로 분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관 부스를 꽉 채운 세계의 출판사들과 끝없이 줄을 잇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중국의 위상과 시장성을 보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출판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한국 학습 만화가 동남아 만화시장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학습 만화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 마음을 읽은 나는 출간 준비 중이던 한 시사과학만화에 대해 즉석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지구 온난화, 신종플루, 에너지 고갈, 황사, 우주탐사, 줄기세포, 복제, 핵, 기상이변 등 직면한 사회 문제와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원리를 공부해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스토리 만화이다. 그래서 시사적인 과학 상식과 지식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가 출판한 그림 동화책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아직 출간도 하지 않은 과학만화에 대해 중국'태국'대만 등 5개국의 출판사로부터 수출 예약을 받았다.
북경도서전 이후 그 시사과학만화에 이어 다른 과학과 문화, 외국어 등을 소재로 한 학습 만화와 그림동화책이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학습과 스토리가 결합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나는 좀 더 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 어린이들의 가슴에 별이 되는 책을 만들겠다는!
반도체 1등, 조선 1등, 그 다음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정부는 녹색산업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산화탄소 한 방울 배출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녹색산업은 무엇일까? 우리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 올인 등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한류 열풍에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이 만든 온라인 게임이 세계의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다. 그래서 엔씨소프트를 위시한 게임업체들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한 테마를 이루며 주가가 폭등했다.
일본 만화를 수입해서 읽던 우리가 학습과 스토리가 결합된 학습만화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이끌어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베스트셀러 학습만화는 대부분 한국 출판사가 만든 것이다.
그림책 수입 1위인 대한민국이 그림책 수출 1위국이 될 수 있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의 신흥국에 그림책 시장이 열리면 당당히 유럽 출판사들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획, 글, 그림, 편집 디자인의 수준이 세계적이고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토리와 IT기술을 융합하여 애니메이션, 캐릭터산업, 영화 등에서도 일본, 미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3년간 한국 방문의 해이다. 2012년 외래 관광객 유치 목표가 1천만 명이란다. 어떻게 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은 무엇일까?
지난해 중국 항주에 가서 가무쇼를 본 적이 있다. 라스베이거스 쇼는 화려했지만 항주 가무쇼는 가슴 저미는 감동이 있었다. 왜냐하면 항주 가무쇼에는 역사적, 문화적 스토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스토리가 아닐까? 스토리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스토리 마케팅을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스토리는 드라마, 게임, 만화, 동화책,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산업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디자인, 홍보, 마케팅에도 활용되고 있다. '상품을 잘 팔려면 이야기부터 퍼뜨려라.' 스토리텔링이 최고의 마케팅 기법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IP TV 등 IT기술과 통신 방송 매체가 발달할수록 스토리산업의 규모와 활용 범위는 넓어질 것이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의 재산 증가율이 빌 게이츠를 앞섰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스토리가 세계 경제를 바꾸고 있다.
이산화탄소 한 방울도 배출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녹색산업은 바로 스토리산업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스토리산업에서 세계 1등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스토리를 좋아하고,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류일윤 글뿌리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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