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저녁이면 가끔 / 문인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저녁이면 가끔 한 시간 남짓

동네 놀이터에 나와 놀고 가는 가족이 있다.

저 젊은 사내는 작년 아내와 사별하고

딸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고 한다.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것

근육질의 저 우람한 먼 산 윤곽이 해지고 나서 가장 뚜렷하게 거뭇거뭇 불거지는

저녁 산,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커다란 어깨며 등줄기가

골목 어귀를 꽉 채우며 깜깜하다.

아이 둘 까불며 따라붙는 것하고

산 너머 조막손이별 반짝이는 것하고, 똑같다.

하는 짓이 똑같이

어둠을 더욱 골똘하게 한다.

------------

젊은 나이에 아내와 사별하고, '조막손이별' 같은 딸아이 둘 키우며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 대답 역시 오롯이 삶이란 총체 안에 있기에, 우리는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생활을 단 한 발자국도 면제 없이 온몸으로 버티고 치러내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근육질의 저 우람한 산들의 윤곽도, 해지고 어두워지면서 비로소 가장 뚜렷하게 거뭇거뭇 불거지는 법. 저녁 산의 윤곽과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어깨며 등줄기는 그렇게 짙고 뚜렷한 불거짐으로 서로 닮아 있어, 생의 고샅길 어귀를 깜깜하게 채우고 있다.

보라, 닮은 것들은 또 있다. 아이 둘 까불며 따라붙는 것 하고 산 너머 조막손이별 반짝이는 것하고, 똑같다. 어둠도 골똘하면 이토록 눈물겹게 아름답다!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하고 비방한 것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
대구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1천억원 규모의 대구로페이 발급과 5천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포함한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며,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변호사 업무를 재개한다고 발표하며, 별도의 사무실 없이 주거지를 사무소로 등록하고 상담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