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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저녁이면 가끔 /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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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가끔 한 시간 남짓

동네 놀이터에 나와 놀고 가는 가족이 있다.

저 젊은 사내는 작년 아내와 사별하고

딸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고 한다.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것

근육질의 저 우람한 먼 산 윤곽이 해지고 나서 가장 뚜렷하게 거뭇거뭇 불거지는

저녁 산,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커다란 어깨며 등줄기가

골목 어귀를 꽉 채우며 깜깜하다.

아이 둘 까불며 따라붙는 것하고

산 너머 조막손이별 반짝이는 것하고, 똑같다.

하는 짓이 똑같이

어둠을 더욱 골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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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아내와 사별하고, '조막손이별' 같은 딸아이 둘 키우며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 대답 역시 오롯이 삶이란 총체 안에 있기에, 우리는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생활을 단 한 발자국도 면제 없이 온몸으로 버티고 치러내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근육질의 저 우람한 산들의 윤곽도, 해지고 어두워지면서 비로소 가장 뚜렷하게 거뭇거뭇 불거지는 법. 저녁 산의 윤곽과 집으로 돌아가는 사내의 어깨며 등줄기는 그렇게 짙고 뚜렷한 불거짐으로 서로 닮아 있어, 생의 고샅길 어귀를 깜깜하게 채우고 있다.

보라, 닮은 것들은 또 있다. 아이 둘 까불며 따라붙는 것 하고 산 너머 조막손이별 반짝이는 것하고, 똑같다. 어둠도 골똘하면 이토록 눈물겹게 아름답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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