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 눈·비 많아 올 고로쇠 최대 풍년

농한기 농가소득 효자 노릇, 도내 채취량 포항 성주 울릉 순

울릉도에서 20년째 고로쇠물을 채취하고 있는 김진식씨. 본격적인 고로쇠물 수확철을 맞아 손길이 바쁘다.
울릉도에서 20년째 고로쇠물을 채취하고 있는 김진식씨. 본격적인 고로쇠물 수확철을 맞아 손길이 바쁘다.

"농한기에는 고로쇠가 효자입니다."

눈 덮인 울릉도 성인봉 해발 700m 지점. 매년 이맘때쯤 김진식(43)씨는 오전 일찍 산에 올라 1천400여그루 나무마다 걸려있는 호스를 점검한다. 물이 꽉 찬 곳에 구멍을 내고 가져온 통에 나뭇물을 받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음새(코크)를 고치다 보면 땅거미가 깔리기 일쑤다.

이곳 나뭇물은 일명 '고로쇠'라 불리는 수액이다. 신라시대 울릉도 옛 지명(우산국)을 따 우산고로쇠라 이름 붙은 이 수액은 인삼 사포닌 향이 나 인기가 많다.

2월 초부터 매일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 고로쇠 채취 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10월 산림청의 2010년 산림조합 특화사업에 '우산고로쇠수액 명품화' 사업을 신청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2006년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45일 정도의 고로쇠 수확기간 동안 매년 400여만원의 농한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액(樹液) 산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전국 1천900여 가구에서 590만ℓ의 수액을 생산해 140여억원의 농가소득(가구당 700여만원)을 올렸다. 겨울 농한기 농가 소득의 대표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경상북도에서도 600여 가구에서 고로쇠를 생산하고 있다. 2008년 45만9천ℓ, 농가소득 11억원에 이어 2009년 49만9천ℓ(12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대의 고로쇠 풍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해보다 눈이 많이 내린 데다 기상 조건이 좋아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산림과학원 강하영 연구사는 "고로쇠 수액은 기온 차이에 따라 도관 세포가 수축·팽창하면서 뿌리가 수분을 빨아들이고 분출하는 원리를 이용해 채취한다"며 "올해는 전형적인 삼한사온 날씨가 이어져 도관 압력이 세진 만큼 수액 채취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역 고로쇠 생산량은 포항(죽장면), 성주(가천면), 울릉 순이며, 영양·청송 등지의 일월산·검마산·주왕산 일대와 청도 운문산 주변에서도 채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2월 울릉도에서 가장 먼저 채취해 4월까지 이어진다.

4년째 고로쇠를 채취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이정택(51·성주군 월항면)씨는 "고로쇠 채취기간(2∼4월) 동안 최소 5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수입을 내는 농가가 꽤 있다"며 "소나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돈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수액 채취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농민들은 "영양 일월산과 검마산, 청송 주왕산 등에서는 산림청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 채취꾼들이 2, 3명씩 조를 이뤄 고로쇠물을 빼가고 있다"며 "어린 나무까지 구멍을 내고 호스를 꽂는 것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산림자원법에 따르면 고로쇠물은 10년 이상 된 고로쇠나무를 대상으로 규정에 따라 일정량씩 채취해야 한다.

경북도 산림과 김재문 담당은 "산림자원법에 따라 무허가 고로쇠물을 채취하는 이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며 "교육·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고로쇠물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며,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이름 붙여졌다. 미네랄 등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많아 골다공증, 위장병, 피로 회복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진귀한 만능약'이라며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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