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대학과 책] 한국 지방선거에는 지방이 안 보인다 /안청시 편저(집문당, 2008

성숙된 민주주의 잔치를 기대하며

한국인에게 2010년은 참으로 분주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한일병탄 100주년이 되는 해이어서 반성과 다짐에 마음 바쁠 것입니다. 국가엘리트들의 무지몽매와 게으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그 때문에 민중의 삶은 얼마나 처량하게 되는지를 되새기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11월에는 G20회의가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올 손님맞이 채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아직도 한국의 이미지로 6'25전쟁의 참상과 북한의 핵문제를 떠올리는 많은 세계인들에게 발전되고 안정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단순히 경제발전의 정도나 호의호식하는 화려함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질, 마음의 풍족함, 여유, 질서, 미풍양속, 그리고 완비된 사회제도와 발전 모델을 가진 한국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찾는 손님 모두에게 살고 싶은 한국, 닮고 싶은 한국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척도이자 잔치입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시발로서 지방자치제도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후보군들의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 정치적 배경이나 사회적 경력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가 가진 선거과정과 방법 그리고 실제적인 투표 행태도 중요합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안청시 교수와 연구팀이 집필한 『한국 지방선거에는 지방이 안 보인다』(집문당, 2008)를 지금 꼭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를 준비하시는 분이나 관계자뿐만 아니라 선거 잔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뭐든 아는 만큼 재미가 더한다고 합니다. 올해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제대로 만끽하시려면 선거의 가나다라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구서의 분석대상은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선거입니다. 당시 개정된 법률에 따라 새로 준용된 변경 규정들을 보면 현재의 지방선거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기초의원선거에까지 정당공천제를 전면 확대 둘째,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셋째, 기초단위 지방의원의 유급화 넷째, 여성할당제 규정을 강화하여 비례대표 후보명부의 50%를 여성이, 그리고 홀수 번째에 여성이 배치되도록 했으며, 지역구 후보공천 중 여성의 비율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하는 규정이 첨가 다섯째, 지방의원 유급화에 따른 지방의원 정수의 조정 및 감축(기초의원 정수를 20% 감축) 여섯째, 기초의회 선거구제를 2~5인을 선출할 수 있는 중선거구제로 변경 일곱째, 선거연령을 19세로 하향조정 여덟째, 기초단체장의 3선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유지하는 등의 선거법 조정이 있었습니다.

많은 선거제도의 조정이 있었고 그 때문에 탈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퍼트남(Robert D. Putnam) 교수의 지적처럼 '제도의 창설과 운용은 정치 행위의 틀을 짜준다'는 점에서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의 창설과 보완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가져오는 혼란도 적지 않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연구서의 분석 내용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지난 선거를 계기로 그 동안 기초의원선거 공천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방정치에 대한 정당 개입의 정당성과 적실성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일단락되었습니다만 완전하지 않은 제도의 보완으로 유권자의 불만은 더욱 팽배해졌습니다. 시행 초기에 설정한 '지방선거에 대한 전면적 정당 개입이 지방정치의 발전과 자율성 증진 및 중앙-지방정치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는 목적은 어불성설이 되었습니다. 공천을 중심으로 한 지방정치의 중앙예속화는 차치하고, 지방정치에서 지방민과 지방을 아예 없앤 꼴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집단이기주의, 당리당략에 따른 새로운 제도의 창설은 정답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것입니다. 정답은 바로 본질에 충실하려는 마음입니다. 식당의 성패는 음식 맛, G20의 성패는 정성, 선거의 승패는 바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소통입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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